브라질 지원은 美이익만 챙겨준 처사최근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IMF가 개도국의 어려운 처지는 외면한 채 미국 등 선진국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IMF에 대한 미국의 입김 최소화 등 IMF 체제 개편 요구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브라질 지원은 美 이익 챙기기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는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브라질에 대한 300억 달러의 신규 지원을 합의, 9월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NYT)는 9일 "IMF의 이번 브라질 구제금융 지원으로 시티그룹, 플릿보스턴, JP모건체이스 등 미 은행들은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들 미국 은행이 보유중인 브라질 채권은 256억 달러에 이르고 있는데, 이번 결정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이들 은행이라는 것. 신문은 또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이번 IMF 지원의 수혜자라고 덧붙였다.
미 자동차 업체들은 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 내 공장 확대에 이미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미국은 그 동안 남미 경제위기 확산에도 불구하고 개혁 의지 취약을 이유로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지만 미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리자 속속 자세를 전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9일 프랑스의 르 피가로와의 회견에서 "IMF가 국제금융시장과 미국 등 선진국들의 이익에만 부응한다"며 "개발도상국들의 진정한 걱정은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IMF 변화에 대한 목소리 커져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급부상한 IMF 체제 개편론은 이번 남미 위기를 통해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이 같은 IMF 체제 개편의 핵심에는 최대 출자국인 미국의 위상 재고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미국은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IMF 내 입김이 절대적이다. 한마디로 IMF의 각종 정책이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는 것.
이에 따라 IMF의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미국의 출자비율을 줄이거나 유엔처럼 1국 1표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대규모 위기 상황은 아니더라도 평소에 회원국의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부족한 외환을 공급해 주는 세계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을 IMF가 더 충실히 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이 IMF를 자국의 금고로 이용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IMF를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과 자유무역의 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