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창업이야기] '오뎅사께' 이신천 에스씨에프 사장

"탄탄한 시스템으로 퓨전주점 성공 일궈"<br>차별화된 60가지 메뉴…반조리상태 공급…정기 매장관리



“프랜차이즈는 단순히 사업아이템을 파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파는 겁니다.” 퓨전요리주점 ‘오뎅사께’(www.odengok.co.kr)에는 주점 메뉴중 가장 흔한 메뉴인 ‘계란말이’가 없다. 들어가는 재료(계란) 값에 비해 수익이 많이 남을 메뉴 같지만 조리하는데 시간만 걸릴 뿐 가맹점의 수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2년 전 아예 메뉴판에서 계란말이를 지워버렸다. 일부 점주들이 계란말이가 인기 메뉴라고 항의도 했지만 전체 가맹점의 메뉴를 동일하게 유지하겠다는 본사의 경영전략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오뎅사께의 메뉴판에는 계란말이가 없다. 오뎅사께를 운영하는 ㈜에스씨에프의 이신천 사장은 본사의 시스템 구축을 유난히 강조한다. 생산, 물류, 가맹점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시스템을 갖춰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메뉴 하나 없애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하겠지만 기존 프랜차이즈와 오뎅사께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며 “본사가 메뉴 개발과 퇴출을 시스템화하지 못하고 가맹점의 요구만 들어주는 식이라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프랜차이즈에 뛰어든 것은 2004년 가을. 젊은 나이에 학원과 부동산 사업으로 적지않은 돈을 모았지만 자리를 잡을 만하면 매번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업체들에 번번히 낭패를 봤다. “학원이 잘 된다 싶으니까 기업형 학원들이 시장을 싹쓸이 하고, 부동산 사업을 했더니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치면서 소자본으론 생존하기 힘들었다”고 이 사장은 당시를 회고했다. 몇 번의 쓴 잔을 마신 이 시장이 선택한 것이 바로 프랜차이즈 사업. “내가 만든 경영 시스템을 다양한 조건의 점포에 접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프랜차이즈 사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이 사장은 말한다. 첫 출발은 생각만큼 순조롭지 않았다. 2005년 1월 오뎅과 사께를 파는 ‘오뎅싸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직영점만 오픈하면 가맹점 개설 요청이 쇄도할 것이라는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조급한 마음에 가맹점 모집 광고도 내보고 사업설명회도 개최했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이 사장은 사업을 접을까도 생각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문제점을 분석했다. 그래서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오뎅바를 브랜드 컨셉트로 잡은 것과 오뎅만을 특화시키다 보니 메뉴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한계를 찾아냈다. 오뎅사께 출범 당시 50가지가 넘는 메뉴로 무장한 퓨전주점들이 뜨고 있어 오뎅만으로는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문제점을 파악한 이 사장이 다시 시작한 것은 오뎅사께만의 특화된 메뉴 개발이었다. 포장마차 등에서 파는 기계식 어묵과는 차원이 다른 어묵을 찾기 위해 전국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 수유리의 수제어묵집. 시장 한켠에 조그마한 가게지만 이 사장이 맛본 어묵의 맛은 이 사장의 식어가던 사업 열정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수제 어묵을 공급 받는 것과 함께 이름 있는 퓨전주점을 모두 찾아 다니면서 음식을 먹어보고 메뉴를 벤치마킹해 독자적인 메뉴로 개발했다”고 이 시장은 설명했다. 오뎅사께의 인기 메뉴인 ‘꿀에 절인 돼지갈비’, ‘소고기 부추말이와 딤섬’ 등은 발품으로 만든 메뉴들이다. 메뉴의 완성도를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직영점 장사가 잘 되면서 입소문도 퍼져 여기저기서 가맹점을 개설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퓨전주점들도 오뎅사께의 메뉴를 벤치마킹 했다. 하지만 메뉴 수가 늘어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가맹점이 대부분 소규모이다 보니 많은 메뉴를 만들어내기에는 주방이 너무 좁았던 것. 게다가 가맹점주들은 “주방장을 따로 고용해야 한다”며 불평을 쏟아냈다. 이 사장은 고심 끝에 해답을 찾았다. 바로 원팩 시스템으로 공장에서 모든 조리과정을 마친 뒤 이를 진공 포장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가맹점은 단순히 삶거나 가열하는 과정만 거쳐 손님에게 내놓을 수 있다. 60여가지 메뉴를 주방장 없이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 또 가맹점마다 들쭉날쭉한 음식 맛을 통일할 수도 있었다. 그는 “육수까지도 원팩에 담아 가맹점에 공급하는 프랜차이즈는 오뎅사께가 유일할 것”이라며 “가맹점이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본사가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200개가 넘는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는 이 사장은 가맹점을 늘리는 것보다 기존 가맹점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일단 오픈한 매장에 대해서는 전문 주방 메뉴바이저와 수퍼바이저 등 본사 관리자들이 정기적인 순회 방문해 맛, 위생, 물류보관, 서비스 등에 대한 경영관리를 지원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본사 직원이 아닌 일반인으로 구성된 ‘암행감찰’을 실시하기도 한다. 매출이 떨어지는 점포에 대해서는 체계화된 지원 프로그램으로 가맹점주들의 동기를 유발하고 의욕도 북돋운다. 이 사장은 “영세 창업자들이 대박은 아니더라도 작은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게 경영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근 원자재값 급등 등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사이에 고정비용 절감이 최대 이슈로 부상한 만큼 가맹점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 사장은 과거 부동산 사업의 경험을 살려 가맹점 개설을 문의하는 예비 가맹점주들을 위해 점포의 정확한 권리금과 보증금을 파악하고 직접 건물주인과 협상하는 등 가맹점주에게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사장은 내년쯤 어묵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오뎅사께 브랜드로 어묵을 만들어 홈쇼핑 등을 통해 집에서도 맛볼 수 있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오뎅사께 브랜드를 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맹점들에게 안정적인 어묵 공급을 위해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며 “내년쯤이면 집에서도 오뎅사께에서만 맛을 봤던 수제 어묵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뎅사께의 창업비용은 점포비를 제외하고 33㎡(10평) 기준으로 3,200만원이며 음식 재료비 원가는 매출의 30%선이다. 회사 측은 66㎡(20평)을 기준으로 할 때 월 3,120만원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여기서 매출원가(1,090만원), 인건비(450만원), 판매관리비(340만원) 등을 제외하면 1,200만원 정도의 수익이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