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에 강한 세계일류 기업]도요타

'가이젠의 철학' 불황에 빛발한다불황에 허덕이는 일본 사상 처음으로 경상이익 1조엔 돌파. 도요타사. 불황경제에서 눈에 띄는 독주(獨走)를 계속하고 있는 일본 최대자동차 업체다. 지난 50년 이래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내실(內實)의 상징 도요타는 대부분의 일본 대기업이 수익 악화와 적자에 허덕인 최근 몇 년 동안에도 성장을 거듭, 명실상부 일본 대표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도요타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43%대, 지난 회계연도의 연결재무제표상 매출액은 13조4,244억엔으로 국내 단연 1위. 전년대비 두자리수 증가율을 보이며 9,722억엔을 기록한 경상이익은 올 회계연도에서 일본 기업사상 처음으로 1조엔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도요타가 경제사정의 악화라는 악재를 뛰어넘은 것은 물론, 이를 오히려 호재로 바꾸어 놓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도요타가 주목받는 것은 이처럼 높은 수치때문만은 아니다. 고유의 '도요타식'경영방식의 성공은 일본경제의 침체와 함께 비효율의 상징으로 전락해 온 '일본식 경영'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악(惡)이다' 도요타의 경영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변화'다. 하지만 이는 하루아침에 모든 방식을 뜯어고치는 서구식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도요타는 현재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가이젠(改善)'을 통해 조금씩 체질을 개선해 나가는 방식을 고집한다. 도요타 간부에 따르면 도요타라는 기업에는 '변하지 않는 것은 악(惡)'이라는 인식이 흐르고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불황경제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도요타의 성공 요인이 이 같은 '진화(進化) 능력'에 있다는 평가다. 도요타의 진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부터 추진중인 생산비용 절감계획 'CCC21'프로젝트. 통상 10~15%에 그치는 기존의 비용절감 방식에 대한 한 개발책임자의 문제제기에서 비롯된 이 프로젝트는 오는 2003년까지 생산비용의 30%, 총 1조3,000억엔을 절감한다는 내용이다. 도요타는 이를 위해 자체 생산라인 뿐 아니라 하청 부품업체들에게도 강도높은 변화를 요구하며 한단계 높은 효율의 자동차 제조를 위한 행보를 늦추지 않고 있다. 최고의 위치에서도 스스로의 약점을 찾아내 이를 뿌리부터 개선해 나가는 조직문화야말로 불황의 시대에 도요타가 저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본식 장기고용에는 변함없다 오랜 불황으로 인해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당연시되는 일본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도요타는 직원들에 대한 고용 안정을 주장한다. 많은 기업들이 수십%의 감원을 추진하는 반면 도요타 직원 수는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5,000명 가량 늘었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회장을 비롯해 도요타 경영진은 종업원간에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기업경영의 큰 힘이 된다고 믿고 있다. 임원급 조직은 한층 비대하다. 현재 도요타자동차 이사회는 회장과 2명 부회장, 사장과 9명의 부사장 등 총 58명. 지난 6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8명의 전무가 모두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60명에 육박하는 이사회 멤버 가운데 사외이사는 단 한 명도 없다. 미국식 조직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일본 재계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일본의 주간 이코노미스트지(誌)는 도요타 이사회가 '일본 기업사에서도 보기 드물게 몸집이 무겁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겉으로 일본식 인사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도요타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능력주의와 파격인사 등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감원과 조직개혁이라는 미국식 혁신 대신, 도요타는 나름대로 진화하는 길을 선택한 셈이다. ◇도요타 전성기 언제까지 계속될까 오쿠다 히로시 도요타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도요타의 기업연령이 청년기를 지나 이제 막 전성기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전성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오쿠다 회장이 보는 기업의 평균 전성기는 약 60년 정도. 대개의 경우 한때 최고의 성공을 누리던 기업이 사회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하고 만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기업들과 달리 미국식을 따라가는 경영혁신 대신 도요타식(일본식) 경영방식을 고수하는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부담이 여느 기업보다 크다. 이것이 오쿠다 회장이 변화를 강조하는 이유다. 오쿠다 회장은 "시대에 맞게 변하지 않는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며 1년이라도 오랜 전성기를 누리기 위해 모든 직원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도요타가 국내 최강으로 평가되는 생산라인이나 판매망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나 금융ㆍ통신ㆍ인터넷 등 각 분야에 대한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는 것도 장차 닥칠 변화에 대한 준비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고유의 경영방식을 고집하면서도 해외 경쟁업체들과 기술ㆍ업무제휴만은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상식과 현상(現狀)을 깨는 도요타식 경영이 21세기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도를 바꿀 수 있을지, 도요타의 행보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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