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7일 여야가 정면충돌하면서 ‘폭력 국회’‘의사당 점거’라는 구태가 또 다시 재연됐다.
한나라당이 7일 새해 예산안 처리강행을 위한 수순밟기에 돌입하자 민주당 등 야당이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중앙홀의 전격 점거로 맞선 데 이어 한나라당이 4대강 사업의 핵심법안인 ‘친수구역 활용 특별법’을 기습 상정하는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몸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민주당 의원 40여명이 7일 밤 11시10분께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단독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국회의장석과 단상을 점거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9일 정기국회 종료 후 임시국회 소집에 응할 때까지 점거를 해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18대 국회 들어 3년째 예산 처리를 둘러싸고 폭력ㆍ검거 국회가 재연된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의 심사기일(이날 오후 11시)이 임박하자 한나라당의 예산안 예결위 단독처리를 우려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소속 일부 의원 및 보좌진 400여명은 이날 오후 8시30분께 국회 중앙홀을 기습 점거, 본회의장과 예결위 회의장의 출입문을 봉쇄한 채 진을 쳤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 및 보좌진들도 속속 국회 본청으로 집결했다. 국토해양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 9시30분께 5층 회의장을 봉쇄한 채 친수법 등 92개 법안을 기습 상정했다.
회의장 밖에서 진입을 시도하던 민주당 의원들과 한나라당 보좌진이 뒤엉키면서 격렬한 몸싸움과 욕설이 오가는 등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의자 위에 올라가 취재하던 모 일간지 사진기자가 추락해 잠시 실신하기도 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자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 안으로 몰려들어갔으나 이미 상황은 종료된 후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의 친수법 단독 상정에 거칠게 항의하는 와중에 격분한 한 민주당 의원이 내리친 의사봉에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이 머리를 맞고 병원으로 급하게 실려가는 상황도 발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회의장에 남아 “국토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등 몇 명이 못 들어갔다”며 “의결정족수 미달로 상정 자체가 무효”라고 반발했다.
본회의장 주변 곳곳에서도 여야 대치 사태가 빚어졌다.
국회 사무처가 국회의장실로 향하는 양쪽 유리문을 봉쇄한 가운데 민주당 소속 홍재형 국회부의장이 출입하는 사이 민주당 보좌진들이 진입을 시도하면서 한쪽 대형 유리문이 깨졌다.
이에 한나라당도 홍 부의장실과 한나라당 소속 정의화 부의장실로 향하는 복도에 의원 30∼40명과 보좌진을 긴급히 배치, 의장과 소파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민주당 보좌진과 대치를 이어갔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심야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 본청에서 대기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