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아파트 '평면 프리미엄' 시대

4.5베이… 가변형… 임대수익형…


평면 시장에서 내부 구조를 자유롭게 조절 가능한 가변형 평면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코오롱 건설의 칸칸 평면의 경우 자녀의 성장기, 성별 등에 따라 자유롭게 구조 변경이 가능하다.



『 지난 2004년 6월 쟁쟁한 건설사들이 동시분양을 시작했던 동탄신도시에서는 작은 이변이 발생했다. 당시 우남, 한화건설, 현대산업개발, 금강종합건설, 포스코건설, 월드ㆍ반도건설, 삼성물산, 롯데건설, 대동 등 10여개 건설업체의 아파트가 한꺼번에 쏟아졌지만, 대형 건설업체들을 물리치고 중견 건설사인 월드건설ㆍ반도가 가장 높은 200대 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월드와 반도의 성공 비결은 바로 평면에 있었다. 116㎡형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4.5베이'의 신평면을 내놓은 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4.5베이는 아파트 전면에 방 3개와 거실을 일자형으로 배치하고 그 옆에 욕실의 절반만 베란다를 설치, 창을 내는 것으로 4베이에 비해 햇볕을 많이 받고 좀더 넓은 조망권 확보가 가능하다. 이 때부터 아파트 평면은 무섭게 진화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채광과 조망이 확보되는 공간이 몇 개냐는 논쟁은 의미가 퇴색했다. 거실과 방을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가변형 평면부터 아파트 안에 또 다른 아파트를 집어넣어 임대수익을 올리는 수익형 평면까지 등장했다. 입주 후에는 같은 신도시 안에서도 평면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달라지는 '평면 프리미엄'도 생기기 시작했다. 입지와 브랜드, 층, 향, 조망에 이어 평면이 '돈'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 ● "소비자가 공간활용 선택"… 평면따라 아파트 가치 달라진다
아파트+원룸 '수익형 평면'은 2가족 거주·임대 사업등 가능
거실·자녀방등 사용목적 맞게 조합 할수있는 설계도 잇따라
약 15년 전 분당ㆍ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가 들어설 때만 해도 아파트 평면은 단순하기 그지 없었다. 전면에 배치된 방과 거실 수(bayㆍ베이)가 몇 개인지가 아파트 평면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였다, 그러나 2기 신도시 이후 아파트 평면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했다. 3~4베이 평면에 만족해야 했던 중소형 아파트에 4.5베이 설계가 도입되는가 하면, 소형 아파트에서도 주부들을 위한 주방 공간 활용도가 극대화됐다. 최근에는 주택 소비자가 평면을 자유롭게 조절 가능한 가변형 평면부터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평면까지 신개념의 평면이 잇따라 등장해 이른바 ’평면 프리미엄‘ 시대가 열리고 있다. SK건설 안대현 건축설계팀 과장은 “건설사는 이제 기둥만 쌓고 내부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평면이 진화하고 있다”며 “아파트 평면이 아파트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평면으로 부수입을 올린다= 최근에는 아파트를 두 개의 생활 공간으로 나눠 2가족의 거주나, 임대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평면이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과연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지도 관심거리다. 벽산건설은 이달 말 부산 장전동 부산대 근처에서 분양하는 벽산블루밍 장전 디자인시티 전용 132㎡ 이상 중대형아파트에 이른바 ‘수익형 평면’을 도입했다. 수익형 평면이란 쉽게 말해 중대형 아파트에 원룸 하나를 집어 넣는 개념이다. 원룸 공간에는 별도의 화장실과 간단한 조리공간 등이 추가로 제공되고 현관문을 들어서면 평면에 따라 출입구가 나눠지기 때문에 한 아파트 안에서 2가구가 완전히 다른 생활이 가능하다. 이 같은 평면은 결혼한 자녀와 함께 지내는 가족의 공동 거주용으로도 좋고, 인근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할 수도 있는 등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 벽산건설 측의 설명이다. 소비자들은 분양 과정에서 일반형 또는 수익형을 자유롭게 선택 가능하다. 수익형 평면을 선택할 경우 임대수입은 꽤 짭짤할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 전용 132㎡의 분양가는 약 4억 6,000만원. 벽산건설 측은 수익형 평면을 선택해 임대를 놓을 경우 적어도 월 50만원 정도의 수익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대 수익으로 관리비, 대출이자, 생활비 등을 충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벽산건설 관계자는 “월 50만원 정도의 임대수익을 1년 동안 보장하는 분양 마케팅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영종하늘도시에서 분양을 시작한 한양 수자인도 전용 59㎡ 소형 아파트에 싱글족을 겨냥한 ‘G타입’이라는 혁신적인 평면을 선보였다. G타입은 현관문을 지나 양쪽으로 2가구의 거주가 가능하도록 빌트인 가전이 설치돼 있다. 소형 아파트에서도 공간을 나누어 2가구의 거주가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이 평면은 인천공항 근무자와 물류산업, 관광산업 종사자들을 겨냥해 탄생했다. 1인 가구의 임대료 저항이 크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이 같은 평면의 아파트는 임대 수익 목적으로 분양 받아도 활용도가 높아진다. ◇공간이 많은 아파트가 비싸진다= 최근의 주택 트렌드를 살펴보면 자투리 공간을 알차게 활용하고 수납공간을 잘 짜 넣은 콤팩트형 실속 아파트가 주택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때문에 건설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특정 택지지구에서 분양에 돌입할 할 경우 모델하우스마다 각기 수납공간을 홍보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 입주 후에도 수납공간의 효율성 여부가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동탄신도시의 K공인 사장은 “최근에는 층과 향 뿐 아니라 구조나 평면에 따라서도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2,000만~3,000만원씩 가격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며 “특히 같은 신도시 내에서도 여러 개의 아파트가 경쟁하는 경우 주부들을 위한 수납공간이 잘 빠진 아파트가 거래 과정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안의 수납공간을 극대화한 아파트들도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청라지구 동시분양에서는 맘스오피스(주방 서재), 펜트리(식료품 창고) 등 주방공간을 새롭게 창조한 아파트들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코오롱건설이 아예 신개념의 수납 공간을 도입한 아파트 평면인 ‘수납비법 칸칸(KANKAN)’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칸칸’은 코오롱건설과 소비자, 가구업체가 함께 팀을 이뤄 개발한 새 아파트 평면으로, 일본에서 ‘수납의 여왕’으로 불리는 저명 인테리어 전문가 곤도 노리코가 참여해 1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했다. ’칸칸’ 평면의 핵심은 거실ㆍ욕실ㆍ주방 등을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바꿔 쓸 수 있도록 해, 그 때 그 때 생활에 맞게 아파트 구조를 변화시키고 불필요한 짐을 줄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공간별로 무려 11가지 59개 아이템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 리빙룸’은 고향에서 올라오신 부모님이 하루 자고 가실 때나, 공부하는 아이를 방해하지 않고 영화감상을 하고 싶을 때 유용하다. 거실 벽이 스르르 움직이며 새로운 벽을 만들고, 어느새 거실은 가장 전망 좋은 방으로 변신한다. 자녀방의 경우 성별이나 성장기에 따라 인테리어 공사를 따로 할 필요 없이 침대, 책상, 책장, 옷장 등 가구를 퍼즐 조각처럼 조합해 변화를 줄 수 있다. 또 욕실과 세탁실, 건조실 등 비슷한 작업이 이뤄지는 공간은 하나의 동선(라운드 동선)으로 연결해 주부들의 가사동선을 줄이고 그 때 그때 짐이 쌓이지 않도록 했다. 기존의 주택에서 옷을 세탁하기 위해서는 욕실에서 옷을 벗고, 그 옷을 세탁실로 옮겨 세탁한 후, 다시 베란다에서 건조시켜 옷장에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칸칸’에서는 욕실과 세탁실, 건조실이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코오롱건설 서현주 상품개발팀장은 “이제 사람이 집에 맞추어 사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집이 사람에 맞춰 바뀔 수 있도록 아파트 평면 설계가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