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2월15일] 제러미 벤담


‘패놉티콘(Panopticon)’이라는 감옥이 있다.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의 합성어인 패놉티콘의 외형적 특징은 원형. 중앙에 감시탑을 세우고 원둘레를 따라 감방을 만들면 소수의 간수가 다수의 죄수를 용이하게 감시할 수 있다. 인권이 다소 무시되더라도 감시에는 효율적인 구조인 감옥 패놉티콘을 설계한 사람은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사상가ㆍ법학자다. 벤담은 인간에게 쾌락을 주는 것은 선(善)이고 고통을 안기는 것은 악(惡)이라고 규정하며 선악의 기준을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 판단했다. 여기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철학이 나왔다. 원형감옥도 이런 생각에 기인했다. 벤담의 공리주의는 19세기 초중반 영국 사회개혁에 영향을 미쳤다. 법이나 제도가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아니면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를 따져가며 선거법이 개정됐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부의 역할도 자연스레 공익에 맞춰졌다. 1848년 2월15일, 유명한 변호사의 아들로 런던에서 태어나 신동으로 자라난 그는 사회과학에서도 수학 공식이나 물리학 법칙처럼 확고한 원리를 구축하고자 쾌락과 고통의 계산법을 개발하고 수많은 그래프를 그렸다. 오늘날까지 각국 정부가 예산을 짜고 정책을 수립할 때 기본으로 삼는 ‘비용편익 분석’도 벤담이 제시한 것이다. 그가 남긴 500만 단어가 넘는 원고는 런던대학에서 1968년부터 정리 및 출판작업을 시작해 25권이 나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 정도로 양이 방대하다. 자신을 미라로 만들어 보관해달라는 유언에 따라 벤담의 시신은 런던대학에서 공개 전시되고 있다. 원고에서 미라까지 후세에서 전달하고 싶은 게 많았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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