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여야 정권교체에 따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취임한지 25일로 1년을 맞았다.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시작과 함께 출범한 金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위기극복 노력과 함께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개혁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金대통령은 기업·금융·노사·공공부문 개혁 등 4대 개혁의 단행,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개방정책 등을 강력히 추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업, 개혁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반발, 지역감정 악화, 여야대립, 내각제추진약속 이행문제 등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않은 상태다.
국민의 정부 1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민의 정부」 출범은 50년 헌정사상 첫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점에서 한국 정치사의 발전에 획기적인 이정표가 됐다. 야당 대통령후보가 선거를 통해 평화적으로 집권함으로써 국제사회에 한국인의 민주역량을 과시하면서 한국을 명실상부한 민주주의 국가의 반열에 올렸다.
그러나 새 정권은 경제적으로 IMF국난이라는 미증유의 시련속에 출범, 위기의 수렁에 빠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金대통령은 이같은 경제위기를 정권교체에 따른 혼란과 개혁에 대한 저항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결정적인 「원군」으로 삼았다.
새정부 출범 첫해인 98년의 국정지표는 국정전반의 개혁 경제난국의 극복 국민화합의 실현 법과 질서의 수호였다.
金대통령은 국난을 몰고온 근본 원인으로 정경유착, 관치금융, 부정부패를 지목하고, 그 처방전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새로운 국정철학을 제시했다.
금융·기업·노사·공공부문 4대개혁을 밀어부쳤고, 시장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행정규제의 과감한 철폐에 주력했으며, 이와 함께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 대대적인 사정을 단행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실사구시형 세일즈외교와 대북햇볕정책 등 과거 정권과는 다른 전략적 정상외교를 펼쳤다.
지난 1년간 새 정부는 사상 최대규모의 외환보유고 확충, 환율 및 금리 안정 등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신인도를 끌어올려 경제재건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IMF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와 선진국의 경제연구기관들로부터 한국이 외환위기를 당한 세계 100여개 국가중 가장 훌륭하고 신속하게 두드러진 성과를 올린 국가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런 평가의 뒤에는 기업도산과 대량실직 사태에 따른 국민과 기업의 고통과 희생이 엄청났다. 특히 금융기관 및 기업의 구조개혁 과정에서 실업자가 200만명에 육박하고 있어 실업대책이 국정의 최고과제가 되고 있다. 안에서의 평가가 바깥보다 못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인사와 빅딜(기업간 대규모 사업교환)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인사의 경우 중앙정부에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던 호남권 인사들을 부분적으로 중용, 불균형을 바로잡는 선에 그쳤지만 金대통령의 의도와 상관없이 각계각층에서 호남인맥이 급격히 세를 부풀려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오히려 고위층에서는 호남권이 역차별을 받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등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빅딜의 경우도 재벌 대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해당기업의 반발과 비협조로 인해 결국은 대통령과 정부가 직접 나서는 모습을 비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빅딜이 경제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정치문제로 비화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말았다.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대대적인 사정도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처리미숙과 야당의 생사를 건 반발로 인해 명분이 퇘색되고 말았다.
결국 지난해 4대 국정과제 가운데 국정전반의 개혁과 경제난국의 극복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국민화합의 실현은 오히려 퇴보하고 말았고 법과 질서의 수호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金대통령은 올해 국정지표로 국정개혁의 강화 경제재건의 시작 국민화합의 실현 지식기반의 확충 문화관광의 진흥을 제시했다. 또 정치분야에서는 「DJP 공동정권」의 약속사항인 연내 내각제 개헌문제를 풀어야 한다.
국정개혁의 강화와 국민화합의 실현을 서로 상충되지 않게 추진하고 내각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은 목표에 흔들리지 않고 金대통령이 확실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