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처한 정치경제사회 환경에서 가장 긴요한 이슈를 든다면 새로운 정부역할과 시장질서의 재정립이라 할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 글로벌시대의 개방과 자유화로 특징지어지는 「개혁」이란 이름의 그 모든 것이다.그런데 지난 5년간 그토록 큰소리치며 착수하고 추진했던 일련의 개혁프로그램은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한채 또한번 우리들에게 참담한 실패감을 더해주고 있다.
우선 만성적인 적자기조, 성장둔화, 부도사태, 금융위기등 최악의 경제여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누적된 구조적 문제점들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혁신을 통한 구조조정은 커녕 적폐들이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다. 너나 할 것없이 개혁의 회오리만 비켜날뿐 누구하나 앞장서거나 실천하려 들지 않는다. 경제정책은 표류하고 경기회복은 지연되고 있다.
왜 그런가. 개혁이 그토록 안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필자는 「무책임의 혼돈」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일과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도 않고 책임을 묻지도 않는 풍토에서는 개혁은 자라지 않는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면 책임을 묻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그것마저 없으니 딱하기만 하다.
각 경제주체들은 고통분담 노력보다는 상호 삿대질과 제몫챙기기 싸움에 열중하게 되고 기업인의 경제 마인드는 사라지고 만다.
고속전철사업 시행의 부실로 조단위 천문학적 금액의 예산이 들어가게 됐는데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기아사태가 몇달째 겉돌며 중소기업의 연쇄부도, 금융불안, 대외신인도 추락등이 이어지는 상황인데도 은행채권자나 차입경영인, 금융시스템 운영당국자 모두가 책임지지 않으려 하거니와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국민연금관리자는 막대한 기금손실을 내놓고도 그저 태연하기만 하다.
책임을 지지않고 묻지도 않는데는 반드시 부실과 부정부패의 연계사슬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일관된 개혁의지와 리더십이 발휘될때만 단절이 가능한 것이다.
경제침체가 심화하면 가장 어려운 쪽은 중소기업이다. 아무튼 이번 대선과정에서는 제대로 정치적 리더십이 발휘돼 경제위기에 대한 고통분담 설득과 현안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대안들이 제시됨으로써 기업을 둘러싼 여건의 불확실성이 좀 밝게 씻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