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술유출을 우려, 외국기업의 자국 첨단기술 기업 인수 움직임에 긴급 제동을 걸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규제당국이 홍콩의 통신재벌 허치슨 왐포아와 싱가포르의 ST텔레미디어가 신청한 글로벌크로싱 인수에 대한 최종 승인을 거부했다고 지난 28일 전했다.
글로벌크로싱은 지난해 1월 파산보호 신청을 한 세계적 광통신 장비 업체로 같은 해 3월 허치슨 왐포아와 ST텔레미디어가 2억5,000만달러에 인수키로 이미 법원의 승인을 받아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처럼 막판에 인수작업이 불발로 그친 이유는 미국이 이 문제를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술 유출의 차원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글로벌크로싱은 미국 전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광통신망을 구축해 놓고 있는데 이들 시설이 외국기업 손에 들어갈 경우 미국의 국가 안보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허치슨 왐포아의 경우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어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규제당국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그간 미 연방수사국(FBI),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등 미 정부 보안 기관들이 글로벌크로싱을 외국기업에 매각했을 경우 초래할 수 있는 국가 안보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처럼 외국기업이 글로벌크로싱을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가닥이 잡혀진 가운데 파산한 통신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미 반도체업체 IDT가 글로벌크로싱의 최종인수자로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물론 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9ㆍ11테러를 계기로 국가 안보가 미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 앞으로 미국은 첨단기술의 외부유출 방지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