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윤종열기자의 법조 이야기] 90년 성전환자 첫 호적정정

사회활동 불편 해소에 초점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연예인 하리수씨의 인기가 높아 지면서 트렌스젠스(성전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네티즌들은 하씨를 놓고 호적상 완전한 여성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호적을 바꿔줘야 한다는 입장과 그렇지 않은 입장으로 크게 나뉘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 법사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서울가정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성전환자도 행복추구권과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있다"며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정정 허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에 관한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가 없는데다 일선 대부분의 법원은 성전환자들에게 호적정정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성전환자들은 결혼을 해도 혼인신고 등을 하지 못한 채 수술전의 성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호적정정을 전혀 인정해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90년 청주지법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성전환수술을 한 20대 남성 2명의 호적을 여성으로 바꿔준 적이 있다. 청주지법(재판장 천경송 법원장)은 1989년 7월5일 부산에 사는 윤모씨(23ㆍ무직)가 낸 호적성별정정신청을 받아들여 "윤씨의 호적상성별을 '남'에서 '여'로 정정함을 허가한다"고 성전환을 인정했다. 이 것이 우리나라에서 첫 성전환으로 인한 호적성별을 인정해준 첫 판결로 기록되고 있다. 부산에서 살고 있던 윤씨는 본적이 충북 청주시어서 청주지법에 소송을 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천 부장판사는 성전환 인정이유를 "성전환수술을 담당했던 성형외과 김석권 의사로부터 성염색체 이상 증으로 윤씨는 모든 신체구조가 여성으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혀와 "사회적ㆍ법률적으로 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판결은 1년이 지난 뒤에 언론에 보도 되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이 판결에 이어 대전지법 천안지원(재판장 하철용 지원장)도 90년4월19일 김모씨(23)가 낸 성변경허가 신청을 받아들여 "김씨의 호적중 성별 '남'을 '여'로 정정함을 허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장인 하 지원장은 재판에 앞두고 서울가정법원 판사들과 협의하고 유사 사건에 대해 공부를 하는 등 무척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법정에 나타난 김씨의 모습이 영락없는 여성이어서 자신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성전환을 한 김씨가 군 복무를 한 뒤 성전환 수술을 받았는데 이후 예비군 통지서가 나오고 비행기를 타려고 해도 '남성'으로 등록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는 바람에 곤란을 겪어 신청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재판장은 결정이유를 "유전학상의 염색체에 의한 성 구분을 중시하는 견해도 있으나 정신이나 신체가 완전한 여성인데도 호적에 계속 남성으로 남아 있을 경우 군입대 등 사회생활이나 법적권리ㆍ의무행사에서의 불편이 크다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두 판결은 '성별'보다는 '개인'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 사회에서 '여성'의 외형을 가지고 '남성'으로 살아갈 때 겪을 어려움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대부분 이 같은 사례들에 대해 호적정정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어 앞으로 연예인 하리수씨와 같은 성전환자들은 바뀐 성별로서의 완전한 삶을 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종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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