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화제의 영화] `간첩 리철진'

북한의 정치폭력과 남한의 사회폭력이 만나면 누가 더 무서울까. 아니 어느편이 더욱 인간적일까. 모두 웃기는 얘기이다. 어차피 한 핏줄을 나눈 동족간에 벌어진 분단이라는 비극, 때문에 오히려 희극적이기도 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람들.28세의 젊은 히어로 장진 감독이 만든 「간첩 리철진」은 한 시대를 말하는 풍자극에 영화라는 매체가 갖는 짐인 엔터테인먼트를 적절하게 배합시킨 수작이다. 북한에서 심혈을 다해 길러낸 인간병기 간첩 리철진이 남한에서 개발된 슈퍼돼지의 유전자 샘플을 빼가기 위해 남파된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노릇인가. 리철진은 서울로 들어가는 택시에 올랐다가 운전사를 포함해서 동승한 택시강도 4명에게 공작금과 무기가 든 가방을 강탈당한다. 순식간에 알거지가 된 간첩 리철진. 그가 우여곡절 끝에 고정간첩 30년 경력의 오선생을 만나나 구박만 당한다. 그러나 오선생의 대학생 딸 화이와 고등학생 아들 우열은 이 가난한 간첩에게 연정 혹은 호기심을 느낀다. 택시강도를 당한 리철진은 깡패들에게 혐오감을 느끼다가 은행을 털던 또 다른 강도들을 맨주먹으로 잡아 뉴스를 타고, 술에 취한 채 택시를 타고 『평양으로 가자!』고 외치다가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한다. 『남한에도 겁나는 일이 엄청 많다』면서 『간첩이 뭐가 무섭냐』고 반문하는 화이는 분단이라는 현실에 너무 익숙하다. 오선생의 아내 김여사는 간첩의 공작금으로 생활고를 이겨내나 했더니 몽땅 털렸다는 얘기를 듣고 남편에게 『어떻게 장사라도 좀 합시다』며 꼬드기다 『그래도 밥은 굶지 않아』라는 핀잔만 든는다. 택시강도들도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형사를 턴 줄 알고 머리를 밀고 줄행랑을 치다, 간첩을 털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갑자기 애국심에 불타 『공산당은 싫어요!』를 외친다. 슈퍼돼지 유전자 샘플의 강탈에 성공한 리철진. 그러나 남한이 북한에 그 샘플을 무상으로 지원키로 했다니, 정부의 햇빛정책이 한 간첩의 운명을 뒤집어 놓는다. 리철진 역의 유오성의 연기가 인상적이고, 화의 역의 박진희가 박꽃같은 청초함을 빛낸다.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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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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