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5월 19일] 노사관계 패러다임 바꿔야

올해 노사관계가 점점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초 실용정부 출범 초기만해도 올해 노사관계를 낙관적으로 보는 분위기였으나 그 시각이 점차 바뀌고 있다. 인사파동, 쇠고기 수입허가 논란 등으로 실용정부에 대한 지지도 하락이 숨을 죽이고 있던 좌파세력이나 노동운동권에 투쟁의 빌미를 제공한 듯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5월1일 노동자대회, 5월6일 ‘대정부 교섭 요구 기자회견’ 등의 행사를 개최하면서 이미 하계투쟁 국면에 들어갔다. 이달 말부터는 조직을 투쟁본부체제로 전환하고 6월 말이나 7월 초 총파업을 위해 최저임금, 공공부문 구조조정, 연금 개정 저지, 쇠고기 수입, 한미 FTA 반대 투쟁, 유류비 및 물가 투쟁, 교육ㆍ의료 공공성 투쟁 등 파업의 이유가 될 만한 것들을 모두 끌어 모아 투쟁의 동력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것이지만 올해는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인 모습이 예외 없이 반복되고 있다. 1987년을 노동운동의 시발로 보면 강산이 두 번 바뀔 만큼의 세월이 지나갔지만 낡은 이념과 고루한 투쟁전략과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행태에는 변함이 없다. 변한 것이 있다면 노동운동판에 충분한 먹거리(?)가 그동안 제공되다 보니 이를 둘러싼 쟁탈의 경험을 통해 보다 정치적으로 변한 것 정도라고 할까. 최악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올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나서서 노사관계 패러다임의 변화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20년 시행착오의 역사를 감안한다면 뒤늦은 감이 있고 그 조차도 대세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민노총 산하의 산별노조들이 야기하는 노사관계의 불안이 노사관계의 주요 이슈이며 올해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지난 몇 년간 전체 파업의 절반 수준이 전체 조합원의 10%를 조금 넘는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 등 일부 산별노조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해 금속노조는 자동차 4사의 산별교섭 참여를 요구하며 파업을 해서라도 이를 강제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업종이 파업에 취약한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금속노조의 기세가 드높았던 점을 생각하면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병원업종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파업에 참가할 수 없는 필수유지업무를 노사가 올해 처음으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가 해마다 보여줬던 전투적인 교섭과 파업 태도를 볼 때 노사관계 안정은 기대하기 쉽지 않다. 민노총 산하 산별노조의 동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민노총이 이처럼 산하 산별노조를 앞세워 총파업에 나서는 이면에는 ‘새 정부 길들이기’라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경제가 침체에 들어서고 있는 현재 노사관계의 불안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과거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실용정부가 표방한 ‘노사관계의 안정을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 실현’은 이 같은 민노총의 행태와 맞서 정부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오랜 시행착오 기간을 거쳤음에도 노사관계 불안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데는 과거 정부의 잘못이 크다. 지난 10년의 진보정권 기간 동안 불법에 대해 묵인하는 태도가 지속되면서 노사관계의 준법질서는 흐트러지고 후진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실용정부가 노사관계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나선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천이 따라주지 않으면 의미 없다. 과거의 정부들이 원칙 없는 임시처방적 정책으로 실패했던 전례를 거울삼아 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확고한 자세로 원칙을 지키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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