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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시즌 맞아 주주권 행사 강화 목소리 불구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 미적미적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올해 주총에서도 거수기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주권 강화 차원에서 의결권 행사 지침의 세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과거의 단조로운 지침을 고수하고 있어서 주총에서 소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마련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과 세부기준 개정안’을 오는 27일 기금운용위원회에 상정하고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침 개정은 매년 관행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며 “올해는 근거 조항이 변경된 것을 반영하는 수준에 그치고 특별히 바뀌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매년 연말 관행적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의견이 일체 반영되지 않은 똑같은 내용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2월말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확정하는 상황이 올해에도 반복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개정제안에 참여한 한 단체 관계자는 “매년 국민연금에서 개정제안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지만 형식적인 의견 수렴만 반복할 뿐 개정안에 반영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국민연금이 매년 형식적인 개정작업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난해 11~12월 공인회계사회ㆍ전국경제인연합회ㆍ상장사협의회ㆍ코스닥협회 등 각계 단체와 학계를 대상으로 개정제안을 접수했지만 제안 내용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김우찬 KDI 교수가 회사와 중요한 이해관계에 있는 자에 대해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한다는 규정에서 이해관계인의 내용을 세분화할 것을 제안했으나 국민연금은 원안을 유지했다.
모호한 규정과 기계적인 의결권 행사에 불만을 갖는 것은 재계도 마찬가지다. 전경련은 의결정족수를 변경하거나 사외이사 비중을 낮추는 안 등에 주주가치 제고 여부와 관계없이 기계적으로 반대를 행사하는 내용을 개정할 것을 건의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이 국민연금에 ‘주주권리행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위원회 설치는커녕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행사 지침 개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올해 역시 국민연금이 거수기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최태원 SK 회장의 하이닉스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중립의견을 제시한 것에 반발해 의결권전문위원회 위원들까지 탈퇴하는 등 국민연금의 소극적이고 기계적인 주주권 행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 세부지침은 A4용지 18페이지 분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민연금보다 기금 규모가 작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퇴직연금인 캘퍼스의 지침은 80여쪽으로 국민연금보다 4배 이상 많다. 지침 내용을 의결권에만 국한하지 않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주주대표 소송 참여, 주주 제안권, 이사해임 청구권, 임시주총 소집권 등 주주권 행사 관련 내용으로 전문화하고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의결권 행사지침의 세부기준이 명시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재량적으로 판단해 반대할 수 없는 여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