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을 이끄는 50인의 경영인]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고객·직원 배려' '극한도전'이 경영 모토<br>생산성 극대화'맥스 캐파' 활동 1,000억대 설비투자 비용 절감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배려 경영’과 ‘극한도전’을 경영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진정한 경쟁력은 고객과 주주, 임직원을 배려하는 데서 나온다는 게 권 사장의 지론이다. “편지를 하나 보내더라도 모두에게 각기 다른 내용으로 각자에 맞게 써서 보내는 것과 같이, 어찌 보면 사소하게 보이는 일이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실천해야 합니다.” 결국 고객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마케팅, 고객의 사업에 실질적인 이득을 줄 수 있는 협력관계가 회사의 명운을 가른다는 것이다. 남을 이기려는 경쟁보다 회사와 임직원 스스로가 시장과 고객, 임직원 서로를 대하는 마음가짐에서부터 문제점을 찾고 진솔한 태도로 변화하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판단하기 때문. 새 것만 더 만들려고 하지 말고 있는 것의 능력을 극대화하라는 주문도 그의 특징이다. 지난해 4월 권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경영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과거처럼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 새로운 공장을 지어서 대응하던 시절은 끝났다”며 “이제부터는 기존의 생산시설 효율을 극대화해 이러한 신규 수요에 대응하도록 투자의 패러다임을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대규모 투자를 하는 대신 기존 설비의 효율을 극대화 함으로써 별도의 투자 없이 생산성 극대화를 꾀한 것이다. 권 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과거와 같은 투자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현재의 능력을 최고로 높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가파른 산을 올라가는 길’이라고 보고 “이를 선택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용기’란 책을 구입해 임직원에게 나눠주며 극한에의 도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맥스 캐파(Max. Capacity, 생산성 극대화)라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맥스 캐파란 생산 장비가 가진 성능의 극한치에 도전하고, 작업 공정을 개선해 단위 공정 시간을 축소시키는 등의 활동.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LG 디스플레이는 추가의 투자 없이 월 11만장(투입 기준)이던 파주 7세대 LCD 생산라인 생산 능력을 13만8,000장으로 늘렸다. 이를 통해 1,000억원대의 생산설비 추가투자 비용을 절감했다는 게 LG 디스플레이의 자체 평가다. 권 사장은 배려와 극한 도전을 위해서는 사내 소통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는 수행비서를 따로 두지 않고 있으며, 급하거나 간단한 보고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할 것을 주문한다. 사내 전자게시판에는 “CEO에게도 노(No)라고 말해 달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을 정도다. 회의실도 상석 의자를 빼고 마주보거나 둘러 앉을 수 있도록 바꿨다. 아울러 현장 중심의 경영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이다. 권 사장은 1주일에 이틀씩 파주와 구미의 공장에서 각각 근무하고 있다. 또 일일 현장체험을 통해 사업부장, 공장장 등의 역할을 직접 맡아 현장의 업무를 경험해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대리나 과장에게 직접 보고를 받기도 한다. 그는 현장에서 우선시하는 것이 무엇이고,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권영수 사장은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산업공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그는 LG전자 미국 법인의 재무담당 및 본사 세계화 담당이사를 거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경영능력을 인정 받았으며, 99년 필립스사와의 합작법인 설립 업무를 맡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권 사장은 2003년부터는 LG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투자 전략과 경영혁신 분야에서 탁월한 가치 창출 능력을 발휘하며, 주주가치 극대화는 물론 효율적인 투자 및 성과 창출에 대한 경험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경영인. 권 사장은 이러한 능력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의 경영 시스템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다. ▦1957년 서울 출생 ▦1979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8년 LG전자 GSEI부장 ▦1998년 LG전자 M&A추진 테스크포스팀장 ▦2002년 LG전자 재경담당 부사장, CFO(최고재무책임자) ▦2007년 LG디스플레이 사장 ◇ 경영원칙 ▦진정한 경쟁력은 고객 배려에서 나온다 -소모적인 경쟁보다 고객 감동 실현 주문 ▦이미 갖고 있는 능력을 극대화하라-기존 설비 효율 극대화로 생산라인 능력 배가 ▦현장을 챙겨라-주 2회 지방 공장서 근무, 일일 '현장 체험'
"경영현장을 편안한 파티 분위기같이"

주총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場'으로
"편안한 분위기에 파티가 제격이죠."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파티의 편안한 분위기를 경영 현장 곳곳에서 활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월 권영수 사장의 지시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이 매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여는 버크셔 해셔웨이 주총을 연상시킬 만큼 '파티'에 가까운 주총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주총장에는 현악 4중주단의 연주가 흘러나왔으며 다과가 놓인 원형 탁자가 마련되는 등 행사장 입구에 화환 대신 LG디스플레이의 LCD 제품들이 진열된 점만 제외하면 결혼식장을 방불케 했다. 이처럼 '한국판 오마하의 축제'를 만들겠다며 LG디스플레이가 마련한 파티 형식의 주총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주주들의 기대어린 눈빛과 함께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까지 일렬로 배치했던 자리를 라운드 테이블로 바꿨을 뿐인데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던 주총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권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과거에는 주주총회를 가급적 빨리 끝내려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오늘은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으면 시간에 구애 받지 말고 편안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는 주주총회를 주주들의 조언이나 질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회사의 경영방침을 알릴 수 있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 권 사장은 이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실적을 설명했다. 사명변경, 이사교체, 이사 보수한도 등의 안건에 대해서도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고, 의사봉을 두드리는 대신 주주들의 박수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전까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던 주총이 1시간40분이 지나서야 끝났다. 사내 화합을 위해서도 파티 분위기가 활용됐다. 무대는 종무식. 권 사장은 지난해 말 딱딱한 종무식 행사 대신 '아듀 2007 樂페스티벌'을 열었고, 이 자리에서 권 사장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직접 무대 위에 올라 평소 틈틈이 연습한 색소폰을 잡고 임원들로 구성한 밴드와 함께 '광화문 연가' 등 멋진 연주를 직원들에게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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