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투업계에서 자기 자본으로 비 상장 기업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고유계정 투자’가 사라지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창투사들이 최근 코스닥의 활황세에도 불구하고 ‘대박’의 환상을 쫓기 보다는 조합 투자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안정적 수익구조를 정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창투사들이 고유계정 투자에 나설 경우 투자대상에 제한이 생기는 등 조합 투자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 기관투자자들도 고유계정 투자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추세다.
KTB네트워크, 스틱아이티투자, 동원창투 등은 아예 고유계정 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지난 2002년 이후 고유계정을 통한 투자를 아예 중단했다. KTB 관계자는 “벤처 거품기인 지난 2001년 고유계정 투자에서 큰 낭패를 본 이후 고유계정 투자를 사실상 금지하는 대신 조합 투자규모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며 “다만 조합에서 돈이 나갈 수 없는 경우, 수익이 확실한 것으로 평가되는 영화 등 프로젝트 파이낸싱,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상장기업의 전환사채(CB)ㆍ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등에 한해 선별적인 투자를 검토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스틱아이티투자는 고유계정 투자 금지를 마케팅 차원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조민호 상무는 “창투업계의 후발주자로서 투명성ㆍ도덕성을 무기 삼아 조합 투자에만 매달려 왔다”며 “각종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유치하는 데 이 같은 전략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원창투 역시 최근 3년간 고유계정 투자실적이 없다.
한 중형 창투사 임원은 “고유계정 투자가 회사 실적이나 성과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지만 감액손실이 날 경우 한 해 투자를 망칠 수도 있어 차츰 줄이고 있다”며 “특히 최근들어 기관투자가의 입김이 가세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갈수록 강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