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3선을 지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23일 내년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불출마 도미노'의 불씨를 댕겼다. 하지만 '자발적 용퇴론'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친박근혜계 영남 중진 의원들 중 불출마를 밝힌 의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당을 살리기 위해 정치 1번지 종로를 대표하는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어서 "한나라당의 진정한 쇄신과 변화를 위해 몸을 던지겠다"며 불출마선언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임을 밝혔다.
현재 한나라당 의원 중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은 6선의 이상득(경북 포항남ㆍ울릉), 5선의 김형오(부산 영도), 3선의 원희룡(서울 양천갑), 초선의 홍정욱(노원병)ㆍ현기환(부산 사하갑)ㆍ장제원(부산 사상구) 등이다. 특히 친박계 의원이 아닌데다 중진 의원 중에서도 비교적 연령대가 낮은 박 의원(55세)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친박계 영남 중진 의원들의 거취에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 영남 중진 의원들은 '물갈이론'은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불출마 선언 의원들 각자의 사정에 의해 불출마가 이뤄진 것을 두고 '당 쇄신을 위한 자발적 용퇴'로 몰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본인의 정치 소신과 선거 여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지 중진이라고 해서 획일적으로 불출마 대상에 올려 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상득 의원 보좌관이 SLS그룹 이국철 회장 로비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것 같이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 배경을 일일이 짐작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이 SLS그룹 로비와 관련해 구속되는 시점에 불출마 선언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불출마를 선언한 홍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병'이 내년 총선에서 노원 갑ㆍ을로 분산해 통합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받고 있다. 또 박 의원의 경우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아 공천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 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