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와이 키바키 케냐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수도 나이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부 투르카나 지역 지하 2,700m 지점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오는 4월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돈 7억6,000만달러를 상환해야 하는 케냐에 이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케냐는 이어진 가뭄으로 옥수수 가격이 급등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에 달했고 내전과 치안 문제로 외국인 관광객까지 줄면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케냐는 석유탐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달 초 자국 내 8개 지역을 비롯해 총 46곳의 석유탐사를 영국의 툴로를 비롯해 캐나다 석유공사, 프랑스 토탈, 미국 애너다코 등에 허가했다.
또 케냐 정부는 석유탐사 장비를 구입하는 데 부과했던 부가가치세 16%를 전액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르틴 헤야 케냐 석유공사 임원은 "부가세 면제는 투자자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케냐 의회가 5월에 열리는 회의에서 이 안건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케냐가 신흥산유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앵거스 매커스 톨로 이사는 "이번에 발견한 석유는 높은 비율의 디젤과 가솔린 성분을 함유한 고품질로 케냐 곳곳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유탐사의 걸림돌도 널려 있는 실정이다. 석유를 본격 생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부가세 면제에 대한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키바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번 소식은 산유국을 향한 긴 여정의 시작으로 실제 석유를 생산하려면 적어도 3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로이터도 석유 관련 산업에만 부가세를 면제하는 것은 세금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