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안정시키기 위해
서민주택 공급 늘리자니
LH 재정 위기가 문제 주택 거래 보유세 감면은
부자 감세 반발 커질수도 치솟는 전셋값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내부에서조차 "전세 대책이라는 게 사실 마땅한 게 있겠느냐"는 푸념까지 나온다. 정부 일각에서는 물가급등과 가계 빚 급증 등 최근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부동산 관련 정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셋값 급등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거래 활성화를 위해 전반적인 정책의 틀을 흔들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부동산과 관련한 정부 정책의 방점은 여전히 '활성화'가 아닌 '안정'에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렵게 하는 주요 경제 현안들을 살펴봤다. ◇급증하는 가계 부채=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4ㆍ4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6,972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규모는 증가액이 1조2,926억원이었던 3ㆍ4분기에 비해 3.6배나 늘어난 것이다. 담보대출 급증은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담은 8ㆍ29대책 이후 지난해 4ㆍ4분기 동안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시기와 일치한다. 이는 정부가 주택거래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수단을 동원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실수요자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 적어도 20~30%의 대출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거래가 증가할수록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늘어나는 가계대출에 대해 "아직 위험수준은 아니지만 계속 늘어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가계대출 속도조절을 위한 모니터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는 오는 3월로 종료될 예정인 비강남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를 연장하는 문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공기업 부실=전세난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급확대다. 전셋값 급등이 부족한 임차주택에서 비롯된 만큼 공급이 대폭 늘어난다면 전세 문제도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민 주택공급 주체인 공공 부문의 부실은 이마저도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현재 총부채는 무려 125조원. LH가 매일 내야 하는 이자만 100억원이 넘는다. 신규 공급확대는 고사하고 기존 사업마저 접어야 할 상황이다. LH는 최근 사업 재조정 과정에서 기존 사업지 축소는 물론 신규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정부 정책사업인 보금자리주택지구조차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민간투자 유치까지 고심할 정도다. 전체 주택공급의 30~40%를 담당해야 할 공기업 역할의 위축이 불가피한 셈이다. ◇줄어드는 민간 공급=주택공급의 가장 큰 축은 민간 부문이다. 하지만 올해 전국의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18만5,357가구로 지난해 35만9,963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계속된 주택경기 침체로 업체들의 주택사업을 대거 축소ㆍ포기한 데 따른 결과다. 민간 부문의 주택공급 위축은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 대형 주택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가 최근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회원사들이 올해 전국에서 공급할 예정인 주택은 17만8,701가구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계획물량 22만3,200가구에 비해 20%나 줄어든 물량이다. 특히 지난해 업체들의 실제 공급물량이 계획 대비 27%에 불과한 6만2,345가구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실제 공급물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공공과 민간 모두에서 심각한 공급위축이 우려되는 셈이다. ◇물가급등과 금리인상 압력=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물가 역시 부동산 정책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특히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위축된 거래시장이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 건설사 주택사업담당 임원은 "금리가 올라갈 경우 대출을 통한 주택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금리가 오르면 기대 수익률이 커질 수밖에 없어 여력이 있는 수요자조차 구매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세 저항과 재정적자=주택구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또 다른 대안은 주택의 취득ㆍ보유ㆍ매도 관련 세금감면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세금 등 주택구매와 보유에 따른 비용부담이 줄어들면 어느 정도 매수세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부자감세'에 대한 서민들의 반발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재산세나 양도소득세 감면은 무주택 1주택자보다는 고가주택ㆍ다주택 보유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어 형평성 시비를 낳을 수도 있다. 여기에 세금감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자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