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4대강 예산 첫 심사부터 막말 공방

국토위서 경남도 사업권 회수 싸고 "일개 도지사가…" "증오 느낀다"

국토해양위원회의 여야 간사인 최구식(왼쪽) 한나라당, 최규성(가운데) 민주당의원이 16일 송광호 위원장의 사회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경남4대강 사업권 회수와 관련한 긴급현안질의 실시 여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기자

"일개 도지사가 논란을 벌여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다."(김기현 한나라당 의원) "장관 답변을 들으면 증오를 느낀다."(김진애 민주당 의원) "지금 여기가 사적인 자리냐."(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16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상대방을 겨냥, 막말을 쏟아내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여야 간 입장차이가 뚜렷해 첨예한 공방이 예고된 4대강 사업의 예산에 대해 첫 심사를 하는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도를 넘는 신경전으로 살풍경한 장면을 연출했다. 전날 정부가 경남도 4대강 사업권 회수를 발표한 터라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돌았던 이날 회의에서는 송광호 위원장이 개회 의사봉을 두드리자마자 의원석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유선호 민주당 의원은 송 위원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4대강 예산 처리를 위해 몸싸움도 불사하겠다고 발언했다며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질타했다. 송 위원장은 즉각 "몸싸움이라는 말은 안 했다"고 반박했지만 '전직' 법제사법위원장인 유 의원은 "내 발언이 끝난 뒤 발언하라"고 일축한 뒤 유감표명을 촉구했다. 송 위원장은 "소수 의견이 계속 국정의 발을 잡고 반대한다면 국회법 절차에 따른다는 게 소신인데 왜 유감을 표명하냐"라고 대응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위원장으로서 기본이 돼 있지 않다"며 반발했다. 국토위가 내년 예산안 심사를 미루고 국토해양부의 경남도 4대강 사업 회수를 주제로 긴급현안 질의를 벌이면서 상호 힐난의 강도는 거세졌다. 여당과 국토부는 경남도가 낙동강 구간 중 보와 준설이 없는 생태하천까지 공사를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은 국토부가 잘못 설계한 탓인데 일방적으로 공사를 회수해갔다며 맞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종환 국토부 장관을 향해 감정 섞인 발언까지 했다. 강기정 의원은 답변을 회피하는 정 장관에게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고 질책했고 김진애 의원은 "장관 답변을 들으면 증오를 느낀다"고 일갈했다. 정 장관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경남도를 향해 "상식적으로 이해 안 가고 정치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진애 의원에게는 "품위를 지켜서 국가 대사를 논의하자"고 꼬집었으며 돌연 낙동강 공사는 운하가 아니라고 말해 김 의원이 "운하라고 안 했으니 알레르기 가질 필요 없다"고 되받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무소속으로 야권과 가까운 김두관 경남도지사를 맹비난했다. 김기현 의원은 "일개 도지사가 자기 마음대로 행정한 탓에 국회에서 논란을 벌여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다"고 했고 김 지사가 낙동강 공사 발주를 연기하며 협의를 요청한 데 대해 "선출직 도지사나 된 사람이 치사하게 뒤에 숨어서 하면 안 된다"고 공격했다. 경남 진주 출신인 최구식 의원은 "경남도가 4대강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경남도지사와 그 주변에 몇 백분 정도가 정확하다"라면서 "내 주변에는 4대강 반대하라고 찍어준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또 "그 분(김두관 도지사)이 바라는 것은 싸움이고 정부와 싸움을 보여주는 게 여태까지 연구한 것"이라며 "국토부는 아무런 의미 없는 싸움에 말려들지 말라"고 충고했다. 송 위원장은 여야 의원과 장관에게 "단어 하나하나를 골라서 하라"고 제지했지만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는 위원들을 보며 "여기가 사적인 자리냐" "사회를 못하겠다"고 한탄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각자 몇 백만 국민을 대표해서 나온 국회의원들이 모여 국가 대사를 논의하는 회의라고 믿기 어려운 수준 낮고 한심한 회의였다"며 혀를 찼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