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神이 내린 직장'서 '人間의 직장'으로

최인철 기자<금융부>

국책은행들이 IMF 경제위기 이후 최대의 구조조정 한파로 인해 술렁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지점장을 계약제로 바꾸는 대신 책임을 강조하는 ‘지행장’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간부급 직원의 70%를 교체하거나 이동 발령을 내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역시 절반 가까운 간부직원을 이동하거나 교체하는 등 지난 98년 이후 최대의 변신 과정을 겪고 있다. 만성적인 ‘인사 적체’를 하소연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국책은행의 이 같은 변신은 내부적인 반성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외부적 요인에서 기인한 측면이 강한 게 사실이다. 씨티ㆍ스탠다드차타드 등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국내 금융시장에 참여하면서 은행대전이 현실화하고 있고 모건스탠리 등 선진 투자은행들이 국내 기업들의 외화자금 도입 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국책은행에도 위기가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대출, 중소기업 대출, 수출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각자의 영역이 시중은행에 침범당한 데 이어 해외 글로벌 플레이어에까지 앞마당을 내줘야 하는 시점에서 ‘변신’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그동안 국책은행들은 ‘신이 내린 직장’이니 ‘신도 다니고 싶어하는 직장’이니 하는 농담을 들을 정도로 동경의 대상이었다. 시중은행들이 임원급 임기를 3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부장 및 팀장의 경우에도 실적에 따라 퇴출을 상시화하고 대규모 명예퇴직을 추진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먼저 나선 것과 비교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올해부터 일제히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직급이 낮아지고 임금이 줄더라도 50대 후반까지 정년을 보장받는 선택을 한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신의 직장에서 인간의 직장으로 변한 국책은행을 다시 ‘신의 직장’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은 임직원의 선택에 달려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