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어디까지」반도체와 자동차의 빅딜을 시작으로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수순을 밟아감에 따라 이제 재계의 관심은 6대 이하 중견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쏠리고 있다.
한진과 쌍용, 금호 등 5대 그룹을 제외한 중견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이번 주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진과 한화가 이번주중에 내년까지 계열사 수를 절반이상으로 줄이는 강력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나머지 그룹들도 비슷한 내용을 준비중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관심사는 개별기업의 차원을 넘는 이른바 「스몰딜(SMALL DEAL)」의 성사여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5대 그룹의 빅딜이 성사된 마당에 중견 대기업간의 스몰딜은 당연할 것이라는 가정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스몰딜이 성사될 경우 PCS(개인휴대통신)을 비롯한 정보통신 부문과 철강, 화섬 등 공급이 넘치고 있는 3개 업종이 그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몰딜에 대해서는 아직 정부부처나 금융권 등 어느 곳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언급은 없었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5대 그룹이 추진한 빅딜이 바로 스몰딜의 모범답안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견 대기업들은 최근 정부와 금융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도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새로 내놓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2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 수를 10개 이하로 절반 이상 줄이고 비주력 사업의 과감한 철수 지분매각을 통한 외자유치 부동산 및 공장 등의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나 금융권에 의해 떠밀리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몸집을 줄이겠다는 포석에서다. ★표참조
특히 이들 중견 대기업들은 비주력부문의 계열사를 과감히 매각하는 등 핵심업종에 집중할 것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의 구조조정이 완료될 경우 이들은 재벌의 색체가 사라지고 3~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진=21개 계열사를 수송·물류, 중공업, 건설, 금융 등 4개 사업군으로 분류해 6~8개 회사로 통·폐합할 계획이다. 한진은 또 일부사업과 부동산이 매각 등을 통해 현재 500%가 넘는 그룹의 부채비율도 크게 낮춰 오는 2000년까지 200% 이하로 줄일 예정. 이와 함께 현재 50% 수준의 국제화비율도 3년 내에 70%로 높이고 지분매각 등을 통해 30억달러의 외자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한진은 이같은 내용을 이번주중 발표할 예정이다.
◇쌍용=주력업종인 자동차와 정유의 포기에 이어 시멘트 등 일부 공장의 매각 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최근 발표했다. 쌍용은 이 계획에서 20개 계열사를 7개로 축소하고 2조8천억원을 조달해 부채비율을 오는 2000년 178%, 2002년에는 159%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한화=IMF(국제통화기금) 체제 이전부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한화는 화학과 관광레저사업을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추가 구조조정안을 이달말에 내놓을 예정. 한화는 옥탄올, PP(폴리프로필렌), 공작기계 등 비수익사업에서 손을 떼고 계열사수도 현재 22개에서 10개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금호=지분매각을 통해 전계열사의 지분구조를 50대 50으로 맞춰 국제화를 이룰 계획이다. 또 타이어와 생명, 항공 등 일부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 연말까지 30억달러의 외국자본을 유치,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비주력 계열사의 통폐합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대림=별도의 발표는 계획하고 있지 않지만 홀로서기를 하는 계열사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정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최근에는 서울증권의 지분을 미국 조지 소로스사에 매각하는 등 계열사 지분매각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건실화할 계획이다.
◇코오롱=매각·통폐합 등을 통해 이미 25개 계열사를 20개로 줄인 코오롱은 내달부터 추가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 코오롱은 통합사장제를 도입해 계열사간 업무를 통합하고 이어 합병 등을 실시, 계열사 수를 7개 이하로 줄일 방침. 또 계열사 추가 매각 등을 통해 1억7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할 계획.
◇동국제강=철강사업 구조조정을 지켜보면서 구조조정을 구체화할 계획. 그러나 동국이 마련하고 있는 밑그림은 형제간 분가와 계열사의 축소. 현재 14개인 계열사를 형제간 지분정리 등을 통해 3개 기업군으로 분리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장상태회장은 동국제강과 연합철강, 국제종합기계 등 5개 사를, 장상건회장은 한국철강과 부산스틸 등의 계열사를 거느릴 예정.
◇동부=계열사 통·폐합과 분사, 보유부동산이 매각 등에 이어 올해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계속할 방침. 동부는 반도체 재료공장을 단순한 부지매각이 아닌 전문화된 첨단설비로 매각한다는 방침에 따라 해외유력 반도체업체들과 협상을 벌일 예정이며 일부 계열사의 추가 통폐합, 저수익 사업의 매각, 철수 등도 계획하고 있다.
◇아남=광주 반도체공장을 미국업체에 매각하고 필리핀 공장, PK사의 지분매각 등을 통해 모두 6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 재무구조를 건실화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계열사의 통폐합을 통해 현재 16개의 계열사를 반도체 중심의 5~6개로 줄여갈 방침이다.
이들 중견그룹들은 그러나 이같은 강도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데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을 요청하고 있다.
가장 큰 애로요인은 금융권의 지원. 계열회사간 통폐합 또는 합병을 한 경우에도 고용 및 세제상 혜택이 없고 구조조정 부문에 대한 대출금 회수를 늦춰주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할 경우 세금은 50% 감면해주고 있으나 합병으로 인한 잇점이 모두 세금으로 빠져 나가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 기업이 주장이다.
또 구조조정을 성실히 수행할 경우 중간평가를 통해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는 등의 추가적인 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높은 이자율을 계속 적용해 구조조정에 애로를 격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 발전설비 등 7개 부문의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 업종의 빅딜이 지연됨으로써 그 영향이 중소기업 등 관련업종으로 파급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앞으로 이들 중견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은 흡수·합병 등을 통한 독자적인 계열사의 통폐합 대신 외국기업과의 자본제휴, 마케팅, 수출, 생산 등의 분야에서 국내 업체간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새로운 돌파구 모색 등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