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C는 13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제기한 애플의 특허침해 소송 최종 판정을 5월31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ITC는 올해 1월 최종 판정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2월로 한 차례 미뤘고 이달 들어서도 7일에서 13일로 또다시 판정일을 연기했다.
ITC는 판정을 연기한 이유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미국 수입이 금지될 경우 미국 스마트폰시장과 태블릿PC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입금지가 이뤄지면 이를 대체할 제품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도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ITC는 이날 삼성전자와 애플에 3세대(3G) 무선이동통신 특허와 관련한 8가지 항목에 대해 추가 답변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실상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한 정황이 드러나자 최종 판결에 좀 더 신중을 기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ITC가 애플의 특허침해를 고려하지 않았다면 추가 조사를 요청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면에서는 애플에 문제가 되는 특허를 우회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패튼츠도 "ITC는 애플이 자사 특허라고 주장하는 '348 특허' 중 최소한 1개 이상에 대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TC가 5월 말 최종 판정에서 애플의 특허침해를 인정하면 애플은 텃밭인 미국 시장에서 판로가 가로막히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미국 관세법에 따르면 ITC는 특정 업체의 제품이 특허침해로 판단되면 대통령에게 해당 제품의 수입금지를 권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2년을 끌어온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에서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특허침해 대상에서 '아이폰5'와 '아이패드4' 등 애플의 최신 제품은 빠져 있어 직접적인 매출 타격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TC 최종 판결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애플이 안방이자 세계 최대 모바일 시장인 미국에서 수입금지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상징성 때문"이라며 "애플은 그동안 미국이 아닌 중국과 브라질에 제조를 위탁해 인건비와 생산비를 줄이고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결국 이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