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경제논리 정치논리

경제와 정치는 흔히 수레의 두 바퀴에 비유된다. 두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보조를 맞춰 잘 굴러가면 정치도 경제도 함께 발전한다. 그러나 균형이 깨져 어느 한쪽이 더 커지면 수레는 엉뚱한 쪽으로 굴러가거나 심한 경우에는 제자리에서 맴돌게 된다. 정치와 경제가 서로 보조를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현정부 들어 경제와 정치는 호흡이 잘 맞는 듯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봇대’로 비유되는 규제의 쇠사슬을 과감히 걷어내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창했다. 정치권도 MB노믹스로 불리는 새로운 경제청사진의 완성을 위해 힘을 보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경제와 정치는 수레의 두 바퀴 그러나 손발이 잘 맞던 정치와 경제는 얼마 전부터 삐걱거리는 듯하다.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사회’를 새로운 국정화두로 내세우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경제에 정치논리가 점차 개입하기 시작한 때도 이 무렵이다. 공정사회의 실현을 위해‘친서민’과 ‘동반성장’등과 같은 구체적인 실천과제가 제시되면서 경제논리는 점차 힘을 잃고 정치논리가 득세했다. 동반성장의 좋은 취지야 나무랄 데 없는 것이었지만 정치적 색채를 띠면서 의미는 크게 퇴색했다. 특히 정운찬 위원장이 느닷없이 초과이익공유제를 거론하면서 논란이 증폭돼 자칫 하다가는 배가 산으로 갈 판이다. 요즘에는 국회의원들이 입법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경제현안을 풀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법안이 많기는 하지만 개중에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되레 부작용과 혼선이 우려되는 법안들도 적지 않다. 이를 테면 중소기업 기술을 훔친 대기업에 손해의 3배까지 물리도록 한 하도급법 개정이 그렇고 모든 대출금리를 최고 연30%로 제한하는 이제제한법 개정안과 전ㆍ월세상한제한법 등도 마찬가지다.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한 배려의 취지로 만들어진 법안이지만 이로 인해 시장이 왜곡돼 서민들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경우 기대되는 효과는 별로 없고 거래기업 간 불신만 조장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이자를 30%로 제한하면 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돼 신용이 취약한 서민들이 불법대부업체로 밀려나 더 큰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걱정들이 더 많다. 중소기업ㆍ서민을 위하는 법이 오히려 이들을 더 어렵게 한다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지 않을까. 경제논리를 벗어난 정책이나 공약은 반드시 탈이 났다. 후유증은 오래 갔고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세금으로 이어졌다. 전국에 널브러져 있는 공항이 대표적이다. 이 좁은 국토에 그렇게 많은 국제공항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잘 굴러 간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김포ㆍ김해ㆍ제주만 빼고는 모두가 적자다. 이용객보다 직원이 더 많은 공항도 있다. 정확한 수요예측 없이 정치논리에 따라 공항을 세운 탓이다. 정부는 어제 동남아 신공항 계획을 일단 접기로 했다.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경제논리에 충실해 국가적 낭비를 억제한 것은 다행이다. 정치논리가 득세하면 사회적 비용 커져 얼마 지나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정치의 계절을 맞는다. 다음달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진다. 정치인들은 또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대중의 눈길을 끌 정책들을 쏟아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특히 국민들이 깨어야 한다.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내걸고 ‘재미 좀 봤다’는 정치인이 더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뒤늦게 속은 사실을 깨닫고 삭발하고 팔뚝질하며 ‘그때 한 약속 지켜라’고 해 본들 소용없는 일이다. 세상에 공짜란 절대 없다. 정치논리보다는 경제논리에 충실해야 한다. 일류정치를 기대한다면 국민도 일류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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