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28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연두업무는 경기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총력전 의지가 깔려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제지원 카드까지 꺼낸 점에서 특히 그렇다. 경제회생에 정책수단을 `올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정책의지와는 달리 구체적인 실행 수단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해동안의 경제운용 방향이라고 하지만 설익은 채로 그저 `구호`만 제시된 정책도 적지 않다. 그래서 총선을 앞둔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의혹도 사고 있다.
◇고용ㆍ내수 확대에 `올인`=재경부가 전력을 기울이는 분야는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 재경부는 고용확대를 위해 세제지원을 들고 나왔다. 최근 2년간 연 평균 상시 근로자보다 고용을 1명이라도 늘린 기업은 3개월 이상 고용한 추가 인력 1명당 법인세나 소득세를 100만원씩 깎아 주는 `고용증대 특별세액공제`를 상반기중에 도입해 앞으로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내수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동차, 유류 등을 제외한 고급 가전제품, 사치품 등에 적용되는 특별소비세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자동차라도 친환경 자동차 같은 차세대 자동차에는 특소세를 경감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예산조기 집행을 통해 올 상반기 자금 배정 비율을 지난해의 52.2%보다 높은 54%선까지 끌어올리는 등 확장적 거시정책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재경부가 기대하는 고용 확대 목표는 일자리 30만개 이상 확충. 공공 부문에서 8만개의 일자리를 최대한 이른 시일안에 창출하고 이 같은 고용 지원책을 병행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재경부의 생각이다.
◇동북아 경제중심ㆍ국가 균형 발전 가속=참여정부의 중장기 과제인 동북아 경제중심 구축을 위한 개방화 정책과 국가 균형 발전도 점차 가속화된다. 특히 교육계와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교육ㆍ의료 개방을 강력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대유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2008년까지 2,000명 가량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외국인 학교 2개를 개교한다는 목표 아래 미국 동부 지역 명문 학교를 중심으로 가급적 연내에 합작선을 가시화할 계획”이라며 “외국병원도 이 때쯤이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지방 재정 확충 차원에서 골프장과 경마장 등의 특소세를 지방세로 전환하고 맥주를 제외한 각종 술ㆍ담배 관련 세금을 인상하며 지역개발세도 더 걷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 예산편성권이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정책 실효성은 의문=불행히도 정책의 실효성은 의문 투성이다. 도입 방안과 일정이 미지수인 연결납세제도 같은 정책과 급조된 듯한 인상을 주는 정책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재경부 스스로 연결납세제도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신형 기업인 `파트너십`과세 제도 마련의 목표시점을 `빨라야 올해 정기국회`로 잡고 있을 정도다. 과연 법이 통과될 수 있을지, 법 제정과 동시에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금융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금융법의 기능별 개편 방안도 당초 2007년 시행이 목표였을 만큼 작업이 방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에 마련될 지는 좀 더 지켜 봐야 한다. 각종 비과세 상품을 이용할 경우 8,000만원까지 가능한 예금 관련 세제 혜택을 노인과 퇴직자들에게는 더욱 늘려 이자 수입으로 최저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은 정책 일관성에서도 의문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예금 관련 세제 혜택을 없애는 대신 간접 투자와 같은 실적 배당상품의 세제 혜택을 통해 간접 투자시장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해 온 재경부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