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 칼럼] 이라크 해법, 수니파 민심 얻기에 달렸다


이라크 급진 수니파 반군단체 '이슬람국가(IS)'의 강점은 무엇일까. 이라크 문제에 정통한 유럽 외교관과 미국 전직 관료에게 이 질문을 던져봤다. 이들이 내놓은 답은 걱정스러웠지만 절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IS를 패퇴시키기 위해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전략적 노력이 요구되겠지만 대규모 미 지상군을 투입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통합 정부 구성 등 현지 주민 신뢰 확보


유럽 외교관은 중동에 주재하며 시리아를 방문해 시리아 정권과 반군 양측에 선이 닿아 있는 인사다. 그는 IS가 최근 몇 개월간 경제·군사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는 세간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IS가 원유와 가스를 팔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각각 하루 100만달러를 번다고 추정했다.

IS의 군사전략은 잔인하지만 영리하다. 이 조직은 지난 2012년 이후 발행해온 연간 보고서에서 전투방식과 성공사례를 상세히 밝혀 후원세력과 지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온라인에 처형 동영상을 올리는 것 역시 야만스럽기는 하지만 전략적이다. 반대세력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이제 전장에서 IS 전사들과 마주한 적들은 싸우기보다 도망가는 쪽을 택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유럽 외교관이 보기에 IS의 가장 위험한 무기는 이념이 지닌 매력이다. IS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소외된 불만 많은 수니파 젊은이들을 끌어들였다. 자신이 변절한 정권의 지배하에 있다고 믿는 이들이다. 수니파의 자긍심을 자극하는 IS의 전략은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의 분파주의 정책으로 더욱 효과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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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 상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미국의 전직 행정부 고위관료는 비관론에 반하는 견해를 폈다. 그는 "IS는 이라크 내 알카에다 전성기 때만큼 강력하지 않다"며 IS가 사담 후세인 전 정권에서 해체된 군대를 흡수해 한층 무시무시해졌다는 보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미 정부)가 과거 이라크군과 싸워봤지만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IS를 물리칠 수 있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방위에 걸친 지속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7년 '이라크 신전략'에서 미국이 구사한 '수니파의 각성(Sunni Awakening·수니파 주민들이 전쟁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도록 하는 전략)'과 비슷한 방안이다.

"1차 과제는 정치입니다". 이 관료는 최근 미국 행정부가 이라크에 보다 통합적인 정부를 구성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노력이 계속된다면 다음 단계는 IS에 맞설 강력하며 효율적인 이라크군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이 만들고 훈련시키고 장비를 지원해 이라크 정규군을 재편성하는 것이다. 이라크 정규군을 효율적으로 재편성한 후에는 신전략의 일부였던 '기름얼룩 전략(oil-spot strategy·지역 안보를 중시하며 민심을 얻는 전략)'을 활용해 각지를 탈환하고 지켜야 한다고 이 관료는 말했다. 성패는 현지 수니파 주민들의 신뢰 확보에 달려 있다.

수니파 주도로 IS와 맞서 싸워야

유럽 외교관과 전직 미국 관료는 한 가지 중요한 위험요소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내놓았다. IS에 즉각적으로 승리하는 데 집착하다가는 미국이 어느새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암묵적 동맹을 맺는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시적으로 군사적 이점은 얻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정치적 재앙이 될 수 있다. "알아사드와의 동맹은 수니파에게 자신들이 수세에 몰렸으며 기독교 십자군과 시아파 연합이 자신들을 박해하고 있고 따라서 모든 수니파가 외부 침략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도록 할 뿐"이라고 유럽 외교관은 지적했다. 그는 "성공의 열쇠는 수니파가 IS와의 싸움을 주도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對)IS 투쟁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전략은 '제2차 수니파 각성'인 셈이다. 여기에는 막대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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