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회사 노동조합과 함께 캄보디아 씨엠립 지역에 봉사 활동을 갔다가 두 번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열악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너무도 말끔한 학교 시설을 보고 한 번, 건물 옥상에 방치된 고가의 태양광 발전 설비 때문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알고 보니 이 설비는 몇 년 전 외국의 한 비정부 기구(NGO)가 후원해 준 것으로 설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 났지만 현지에서는 수리를 할 수 없어서 그냥 놔두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많은 발전을 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사회 전체로는 '나눔 문화'로 확산되고 있어 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기업이든 개인이든 간에 사회공헌활동을 함에 있어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바로 수혜를 받는 입장보다는 봉사자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봉사를 하는 것이다. 이는 봉사 대상자들에게 눈높이를 맞춰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한다기 보다는 봉사자 스스로의 만족이나 사회공헌활동 실적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 설비와 같은 현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생색내기용 고가 선물이나 지속적인 관심이 아닌 일회성 방문과 같은 봉사자 중심의 일방적인 활동들이 과연 수혜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오히려 그들을 실망하게 만들고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이는 고객의 요구를 무시한 채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만을 기준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는 '비즈니스의 원칙'과도 닮아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LG전자도 지난해부터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기아구제사업을 확대하기로 하고 농경지 관리법 교육ㆍ학생 급식지원ㆍ홍수방지용 지반작업 등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눈높이'를 맞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나눔을 실천하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늘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