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매각이 화근… 원점이 재추진" 의견도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은 매각 양해각서(MOU)가 이사회에서 부결되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후속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채권단이 어렵게 MOU를 승인한 만큼 이사회 승인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 같은 결과가 나와 매우 당혹스럽다"며 "하이닉스가 독자생존할 수 있다고 한 만큼 이제 공은 하이닉스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도 "일단 회사로부터 매각 부결의 이유와 이후 계획을 들어본 뒤 대책을 마련할 생각"이라며 "그러나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채무재조정 지원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채권단은 MOU가 부결될 상황에 대비해 ▲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또는 제3자와의 재협상 ▲ 독자생존 ▲ 법정관리 등 원칙적인 수준의 시나리오를 마련해놓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모두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이후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뚜렷한 방향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시한에 쫓겨 너무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한 것이 이번 부결의 한 원인"이라며 "원점에서 차분히 다시 진로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MOU 승인에 마지막까지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상당수 투신권 관계자들은 "어차피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채권회수도 제대로 못할 바에야 차라리 상황을 천천히 다시 검토하는 것이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