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의료보장 선진화하려면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이 너무 낮아 아직도 우리 사회는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전체 진료비 중에서 겨우 60% 남짓을 보장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그나마 암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그 비율이 높지만 환자와 가족의 부담은 아직도 무겁기만 하다.

4대 중증질환 보장 평가 받을만 해


정부가 매년 건강보험 재정을 확대해 보장범위를 넓혀 왔음에도 보장성은 수년간 거의 진척 없이 정체돼 있다. 왜 그럴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가 건강보험 재정투입 확대 속도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7~2011년 5년간 보험급여 의료비는 연평균 13%씩 증가한 반면, 비급여 의료비는 두 배가량 빠른 25%씩 증가했다.

특히 암과 같은 중증질환은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어 고가의 신약이나 첨단장비를 활용한 검사ㆍ치료도 마다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고가의 신의료기술은 건강보험이 미처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거액의 진료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특히 4대 중증질환의 의료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비급여 의료의 상당 부분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치료에 필수적이지 않은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선별급여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건강보험에서 비용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올해 초음파검사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2016년까지 MRI 등 영상검사, 항암제 등 고가 약제, 각종 수술 관련 의료행위 및 이에 쓰이는 수술재료 등에 순차적으로 보험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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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에 진전을 보였다는 점이 물론 중요하지만 눈여겨볼 것은 선별급여 제도의 도입이다. 일부에서는 선별급여 제도를 놓고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이라는 당초 공약에서 후퇴했다는 논란도 있다. 하지만 선별급여 제도 도입은 당초 대통령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가 필수의료에 한정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었음을 고려하면 한 단계 진일보한 정책이라고 평가된다. 또한 의료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건강보험에는 일부 본인부담금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두고 비용의 100%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판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무시한 비판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건강보험은 필수라고 판단돼 보험영역에 포함된 의료에 대해서만 국가가 가격을 정하고 의료서비스가 적정하게 제공됐는지를 심사했다. 반면 비필수 영역은 허가 제도를 통해 안전성이나 유효성 등만을 관리할 뿐 비용부담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리체계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비급여 진료는 병원별로 가격 차이도 크고 병원재정을 보충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될 개연성도 컸다.

결국 비필수적인 부분을 그대로 남겨 놓을 경우 건강보험 보장성을 아무리 높여도 국민들이 느끼는 의료비 부담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선별급여 제도를 도입하게 됨에 따라 비필수적인 의료까지 보험이 적용되면 일부 비용을 보험이 지원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적정가격을 결정하게 되고 꼭 필요한 부분에 사용됐는지 아닌지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환자들의 실질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수단을 마련한 것이다.

확고한 청사진 제시 실행력 가져야

문제는 앞으로 선별급여라는 새로운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 하는 것이다.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고 관리체계는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제도의 성패가 달라지고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도 달라질 것이다. 또한 연말에 발표하겠다고 미뤄 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등 3대 비급여에 대한 개선대책이 어떻게 나올지도 지켜볼 일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실질적으로 강화됐고 선별급여 제도의 도입으로 비급여 관리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큰 전진이 이뤄졌다. 이제는 전반적인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확고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순차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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