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11일] '비밀 산타'

연말연시를 맞아 미국에서는 다시 ‘비밀산타’들이 화제가 됐다. 비밀산타들은 산타 복장 대신 선글라스와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타나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준다. 금액은 많지 않으며 이들은 자신이 누군지를 밝히지 않은 채 서둘러 수심에 찬 이웃들을 찾아 나선다. 버몬트주의 지역방송국은 러틀랜드 카운티에 나타난 비밀산타와 인터뷰를 했다. 러틀랜드의 비밀산타는 “내가 나눠주는 돈은 고작 20~40달러로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주지는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나의 행동은 타인의 삶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비밀산타로 나서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비밀산타가 털어놓듯 중요한 것은 3만원, 4만원이 아니라 이 같은 행위에 담긴 의미다. ‘우리는 이웃이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의 어려움에 눈감지 않겠다’는 것. 버몬트의 비밀산타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지난해 600달러보다 늘어난 총 750달러를 나눠줄 계획이라고 한다. 불행한 사람들에게 당장 몇 십달러를 나눠준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자포자기한 누군가는 술값으로 그 돈을 탕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밀산타의 호의가 재기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계산도 않고 도망가는 손님에게 ‘넘어지지 않게 천천히 가라’던 국숫집 할머니처럼 말이다. 세계적으로 감원 폭풍이 휘몰아치는 이때 비밀산타의 행동은 가슴속에 더욱 절실한 의미를 갖게 한다. 당장 파산하느냐, 마느냐를 목전에 둔 기업들에는 해고 대신 다른 방안을 고려해보라는 요청이 가혹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한솥밥을 먹던 식구들을 무정하게 내쳐본들 그 역시 손해다.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살아남은 근로자들은 회사의 무정한 처사를 기억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미국의 몇몇 주정부는 기업에 해고 대신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50%씩 줄일 것을 권장했다. 일부 주정부는 또 근무시간 감소로 인한 임금삭감을 보완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경제라는 것도 결국 사람이 더불어 잘살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위기의 와중에서 상대방의 고통을 배려하는 자세는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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