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호암이 물었다 "신은 있는가"

■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 김용규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1987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 정의채 신부에게 네 쪽짜리 질문지를 보낸다.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가''신은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지구의 종말은 오는가' 등 24개의 질문이 빼곡히 정리돼 있었다. 이 질문에는 신과 인간에 대해 어느 누구나 한번쯤 품을 수 있는 궁금증이 녹아 있다.

책은 이병철 회장이 남긴 이 24개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신과 인간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 저자는 특정 종교의 관점이나 신학적 경향을 지지하지 않고 인문학적 관점과 언어로 그 해답을 내놓는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과 튀빙겐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철학자가 책을 썼다.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라는 첫 번째 질문에 저자는"신의 존재증명은 이성의 문제도 경험의 문제도 아닌 신앙의 문제"라고 답한다. 이어"신앙은 (미국의 철학자)쿤이 말한 패러다임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가'신념'이자'가치체계'이며 동시에'문제해결 방법'이라는 의미에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결국 신의 존재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에 따라 개인의 판단과 삶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만들어진 신'으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종교의 종말'의 샘 해리스,'우주에는 신이 없다'의 데이비드 밀스 등이 주장하는 종교 해악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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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리처드 도킨스가 쓴'만들어진 신'의 서문 가운데 한 부분이다.

"존 레논의 노랫말처럼 '상상해보라, 종교 없는 세상을.'자살폭파범도 없고, 9.11테러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도,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도,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번들거리는 양복을 빼 입은 채 TV에 나와 순진한 사람들의 돈을 우려먹는 복음전도사도 없다고 상상해보라."

저자는 여기서"'상상해보라, ∼이 없는 세상을'이라는 어법은 그 자체가 기만적이며 선동적이기 십상"이라고 꼬집는다. 세상만사는 대부분 복잡하고 양면적이어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함께 갖고 있는 것처럼 종교도 마찬가지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는"종교가 해롭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종교 해악론 또는 종교 말살론은 종교를 가진 다른 사람들의 신념에 대한 공격이자 폭력이기 때문에 결코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어"종교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긍정적 측면까지 무시한 채 간단히 없애버릴 수는 없다. 그보다는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측면으로 최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2만 5,000원.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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