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행을 앞두고 미국 등 해외조달시장이 보다 많이 개방될 것입니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입증받은 우수 조달업체들이 해외 정부조달시장에 보다 많이 진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정부조달 특성상 공공조달 전문기관이 참여할 경우 기업들의 시장개척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규연(56ㆍ사진) 조달청장은 지난 12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이제는 우수 중소기업의 해외 조달시장 개척도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국내시장에서 더 이상 성장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에 이들 기업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만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곳곳의 우수 조달업체들을 방문하고 세계 각국을 돌아본 결과 국내 중소기업들 이 세계시장에 진출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품질과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일본과 중국에 앞서 한미 FTA를 시행하게 된 만큼 미국 조달시장을 하루빨리 선점할 경우 우리 우수 중소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달청은 올해 우수 조달업체의 해외시장 진출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을 통한 해외 조달시장 개척에 나설 방침이다. 조달공무원만 참여하던 정부조달 국제교류ㆍ협력 방식을 정부 관계자 협력회의 플러스 기업상담회 형식으로 확대ㆍ전환할 계획이다. 조달청의 국제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우수 중소기업이 외국 조달기관과 거래를 형성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FTA 확대로 국제조달시장 규모가 현재 10조달러에 달하고 이 중 경쟁 가능한 부분은 2조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공공조달 규모 104조원의 20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신흥국 또한 정부조달시장 진출을 위해 치열하게 준비 중으로 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에 성공할 경우 세계 조달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최 청장은 "해외조달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보다 많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기술ㆍ품질 등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향후 정부조달정책은 중소기업에 대한 무조건적 보호가 아닌 경쟁력 있는 기업을 보다 많이 육성해 이 검증된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전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장이 조달기업들을 가장 잘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체 스스로 기술개발 및 품질 향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제는 조달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밖에 없는 만큼 업체들의 경쟁력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계 각국이 녹색성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향후 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 도태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나라는 녹색성장 선두 국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정부조달기관으로서 녹색성장을 이끄는 기업을 지원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최 청장은 "녹색기술제품은 품질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비용 등으로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초기 시장 형성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조달청은 최소녹색기준을 갖춘 녹색제품에 대해 공공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판로를 지원함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민간시장의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녹색제품우대구매제도를 도입해 운영하는 한편 녹색기술제품 홍보 및 정보 제공을 위한 전용망 구축, 녹색건설자재 구매 확대, 녹색건설기술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 청장은 원자재 비축 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러나 넉넉지 못한 비축예산 때문에 비축사업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아쉬워했다.
"국제 원자재시장의 불안 등으로 원자재 위기를 빈번히 겪게 되는데 특히 중소기업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비축품목을 다변화하는 한편 목표재고량을 조정하고 희소금속 비축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축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 비축사업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최 청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 공동비축을 보다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3월까지 구리 실물 상장지수펀드(ETF)를 거래소에 상장해 금융을 활용한 비축사업을 도입하고 원자재 공급사 등이 보유한 원자재를 조달청 보세창고에 유치하는 등 민간사업자의 민관 공동비축 참여 방식도 다양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한 전국토의 25%(2만4,086㎢)에 달하는 국유재산 중 상당 부분이 방치되고 있으나 이 소중한 재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뚜렷한 주체가 없었는데 이제 조달청이 국유재산 업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직 정비 등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유지ㆍ보존 위주의 소극적 관리정책으로 국유재산의 가치를 제고하는 작업이 미흡했고 각 관리청이 불필요한 유휴재산을 과다 보유하는 등 전체 국유재산의 활용도가 매우 낮습니다. 국민들의 소중한 재산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이처럼 관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조달청은 지난해 국유재산기획조사과를 신설하며 국유재산 관리조직을 기존 1개과에서 2개과로 확대 개편했으며 비축토지 매입, 유휴행정재산 현황 조사 등의 업무 외에 국유재산 현황 조사, 청사 신축용 토지ㆍ건물 조사 등 6개 신규업무를 추가하는 등 국유재산관리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 청장은 "부정당 건설업체에 대한 제재 해제조치가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건설업체의 위기를 반영한 결과라고 하지만 국민들이 납득하는 데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 수주에 나서는 행태에 대해서는 조달청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저가낙찰제 시행을 유예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명했다. 그는 "정부가 몇 가지 보완장치만 하면 큰 타격 없이 충분히 시행할 수 있었는데 현재의 건설경기와 건설업계의 우려를 감안한 점이 있다"며 "올해 상반기 중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최저가낙찰제 등 낙찰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가낙찰제 확대 찬반 논의 과정에서 최고가치(Best Value) 낙찰 방식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개진된 데 대해서는 높은 낙찰비용 등으로 일부 대형 업체 외에 중견ㆍ중소기업의 참여가 어렵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 청장은 "정보기술(IT)ㆍ전문용역 등 계약이 복잡해짐에 따라 수요기관이 조달 업무를 조달청이 수행해주거나 컨설팅해줄 것으로 요구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한정된 인력으로 이 같은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단순ㆍ절차적 업무나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무 등을 중심으로 민간위탁 또는 아웃소싱해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고 조달청이 향후 개선해야 할 점을 제시했다.
최 청장은 "올해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면서 각 경제주체 모두가 걱정이 크다"면서 "36조원 규모의 연간 조달계약물량 중 70% 25조원을 상반기에 집행하는 한편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 기업의 국내외 판로 지원에 적극 나서는 등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청장은 최규연 조달청장은 현장을 꼼꼼히 챙기는 '1박2일 청장'으로 유명하다. 지방청 업무보고의 경우 반나절 일정으로 끝내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최 청장은 부임한 후 현지 중소기업과 유관기관을 직접 방문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자 했다. 당연히 시간이 필요했고 지방청 방문시 1박2일이 걸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는 우수 조달물품업체들과 직접 대화하고 현황을 청취함으로써 우수기업 정보를 확보했다. 또 지방 방문을 통해 지방 소재 기업인들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과의 간극을 좁히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이 같은 자세를 통해 최 청장은 중소기업들이 원하고 또 필요로 하는 게 해외시장, 그중에서도 해외조달시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해외조달시장은 조달업체들에는 한번 선점하면 판로가 보장되는 블루오션. 경쟁 가능한 해외조달시장 규모는 약 2조달러로 잠재력이 크다.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 실적은 이 중 1~2%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공공조달시장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비율이 이미 80%대로 포화상태에 있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에 해외조달시장은 매력 있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달청은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가 조달 사이트 '나라장터'를 매개로 세계 19개국과 조달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견고한 중앙조달기관 간 네트워크를 중소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최 청장은 나라장터의 정책 수출이 우수 중소기업들이 해외조달시장 진출하는 데 레일을 까는 효과가 있다고 봤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5월 우수 조달물품업체들과 함께 '민관 합동 중남미 시장개척단'을 만들어 중남미 시장을 노크했다. 당시 시장개척단은 540만달러의 상담실적으로 올린 가운데 현장에서 90만달러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시장개척단에 참여했던 한 업체는 "방문국 정부와 평소 네크워크를 갖고 있는 조달청이 전면에 나서면서 페루ㆍ코스타리카 등 현지 조달 관계자들이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보였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 청장은 이때 페루ㆍ코스타리카ㆍ미국 등 중남미 국가를 방문, 미국 연방조달전시회(GSA)에 한국 우수기업 전시관을 설치하기로 의견 접근을 본 데 이어 중앙아시아ㆍ동남아시아ㆍ동유럽 등 해외 현지를 돌면서 가능성을 타진했다. 최 청장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해외시장이 확대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어려움도 있지만 기회도 많이 생긴다"면서 "중소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 업무 확충은 시장 확대를 적극적인 기회로 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조달청은 해외조달시장 진출 관련 상담과 지원을 위한 '전담 헬프데스크(Help Desk)'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오는 3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민관 협력시장개척단 활동을 추진하는 등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약력 ▦1956년 원주 ▦1981년 동국대 행정학과 졸업 ▦1998년 영국 버밍험대 경제학 석사 ▦2009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2010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2011년~ 조달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