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정당국 역외탈세 기업 수사 '삐걱'

선박왕 영장 기각… 구리왕 추징금 축소…<br>복잡한 세금 소송문제로 파행… 처벌 용두사미 우려

국세청과 검찰 등 사정 당국이 파렴치한 금융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역외탈세 기업 수사가 난항에 빠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선박왕 권혁(61) 회장의 경우 검찰이 지난 8월30일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1일 밤 기각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당분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구리왕 차용규(55) 회장의 수천억원대 세금 탈루 사건은 국세청이 추징금 규모를 일부 줄이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져 검찰과 사정 당국의 역외 탈세 기업 수사가 용두사미가 될 우려마저 제기된다. 2월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회부된 완구왕 사건은 법원에서 탈세 진위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리전이 거듭되고 있다. 이른바 3명의 '탈세왕'이 모두 끈질기게 무혐의를 주장하면서 법정 안팎에서 당국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선박왕 권 회장의 영장 기각 배경에 대해 법원의 한 관계자는 2일 "조세포탈 여부를 따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반박자료가 나올 수 있어 판결 전까지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권 회장에 대한 네 차례의 소환조사와 사무실 압수수색까지 거친 뒤 의욕적으로 청구한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구리왕 차씨 사건은 국세청에서 6,000억원대의 세금추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차씨의 사업파트너였던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3세 블라디미르 김이 실제 자금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2,000억원대의 추징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2월 900억원대의 역외탈세 의혹으로 기소된 완구왕 박모씨 사건은 정식 재판이 열리기도 전 재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의 쟁점 확인 절차가 지연돼 7월에야 겨우 첫 공판이 시작됐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들 역외탈세 사건 수사와 재판이 당초 예상과 달리 '삐걱'거리며 파행하는 이유로 단순한 형사 사건이 아닌 복잡한 세금 소송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형사피고인으로서 고의적인 세금회피 목적 여부를 검토하기 전 과세 자체가 적법한지 먼저 따져야 하기 때문에 복잡한 사실관계 증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수사와 법정 공방전 과정에서 관련자의 ▦해외 계좌 차명 보유 여부 ▦페이퍼컴퍼니 설립 여부 ▦해외 거주 여부 등 여러 쟁점이 분명하게 확인돼야 하는데 사건의 속성상 해외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해석이다. 한 조세전문 변호사는 "역외탈세 사건은 확실한 해외자료를 가져오는 것부터가 힘들고 과세와 더불어 형사적으로 처벌하기 위해 더 어려운 증명 작업이 필요하다"며 "해외 자금원 출처나 회사의 경우 원산지별로 과세표준이 달라질 수 있어 더욱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역외탈세란 해외 소득에 대해 신고하지 않거나 계획적으로 세금을 포탈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로 세금을 물리지 않는 국가에 유령회사를 세워 자금을 관리하거나 해외 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유용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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