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 교수는 1일(현지시간) 자신이 훈장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AFP통신에 "정부의 역할은 수상 자격을 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프랑스 정부는 유럽 경제성장 회복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일침을 놓았다. 피케티 교수는 원래 5계급으로 분류된 레지옹도뇌르 훈장 중 '슈발리에' 수상자로 지명됐다.
피케티 교수의 수상 거부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취임 이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프랑스경제에 대한 실망의 표현으로 해석했다. FT는 "올랑드 대통령에게 새해 벽두부터 또 하나의 고민거리를 안겼다"고 촌평했다.
그는 지난 2006년 프랑스 대통령선거 당시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의 경제자문으로 활동했으며 2012년 대선에선 올랑드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하지만 올랑드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 공약사항이던 누진과세 강화를 포기한 뒤 올랑드 정부와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올랑드 대통령이 2013년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기업에 인력채용을 독려하는 '대타협'을 실시하자 "상당히 나쁜 방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피케티 교수는 2013년 출간한 저서 '21세기 자본'이 지난해 영문판으로 출간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으며 '록스타 경제학자'로 통한다. 이 책은 FT 선정 2014년 경제학 도서로 뽑혔으며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올해의 가장 중요한 경제학 서적"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레지옹도뇌르 훈장은 1802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제정했으며 프랑스 정부에서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훈장이다. 영예로운 삶을 산 인물에게 수여되는 경향이 강해 평생의 영예로 인정된다고 평가되지만 과거에도 알베르 카뮈,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등이 수상을 거부한 바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훈장 수상자로 피케티 교수 외에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장 티롤 툴루즈1대학교 교수,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 등 총 691명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