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사회대타협, 더 미룰순 없다] 스웨덴 발렌베리家의 리더십

세금피해 본사이전 대신 재단 만들어 富 사회 환원<br>'대승적 이익위해 헌신' 1938년 대타협 주역<br>차등의결권·면세등 지원있어 사회적 기여 가능

지난 1930년대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과 노조 지도자의 회동이 이뤄졌던 스톡홀름 교외의 살트셰바덴 그랜드호텔. 발렌베리는 노조 대표를 이곳으로 초청해 상생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물의 도시’로 불리는 스웨덴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10분가량 걸어가면 6층짜리 고풍스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밖에 걸려 있는 ‘인베스터AB’라는 작은 깃발만 발렌베리의 지주회사임을 알려줄 뿐이다.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Esse non videri)’는 가문의 전통대로다. 흔히들 발렌베리 일가가 스웨덴 최고의 부자로 알고 있지만 진짜 갑부는 가구회사인 이케아(IKEA)의 잉바르 캄프라드회장이다. 최근 캄프라드 회장을 비롯해 많은 스웨덴 기업주들이 무거운 세금을 피해 본사를 스위스로 옮겼다. 하지만 발렌베리는 여러 재단을 만들어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평소 검소한 생활과 적극적인 사회 참여로 스웨덴 국민들의 신망을 받고 있는 발렌베리가 지난 1938년 살트셰바덴 대타협의 주역이 됐던 게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일각에서는 발렌베리가 노총의 힘에 떠밀려 타협에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몸소 실천해온 발렌베리가 파업과 갈등의 공멸 위기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대협약을 이끌어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개인과 일가의 안위와 치부만 염두에 뒀다면 굳이 엄중한 책무를 지는 대신 스웨덴을 떠나는 길을 택했을 것이다. 인베스터AB의 헬렌 존슨 대변인은 “발렌베리는 스웨덴의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했다”며 “노동자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안정적인 발전을 이루는 데 최우선 순위를 뒀다”고 평가했다. 발렌베리가 대승적 이익을 위해 헌신해왔다는 사실은 ‘부의 사회환원’에서도 확인된다. 매년 노벨상 시상식을 하며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는 노벨재단. 외부에서는 스웨덴 하면 노벨재단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스웨덴 국민들은 먼저 크누트앤앨리스발렌베리재단을 손꼽는다. 이 재단은 소유자산만 300억크로네(4조6,800억원)에 달해 스웨덴 출신 기초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대부분이 재단의 도움을 받아 연구를 시작했다. 인베스터AB는 매년 배당금을 크누트재단과 더불어 마리앤느앤마쿠스발렌베리재단ㆍ마쿠스앤아알리아발렌베리추모재단에 넣고 있다. 발렌베리의 리더십은 ‘오블리제 노블리주’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발렌베리는 일찍부터 부를 과시하는 것을 수치로 여겼다. 소탈한 모습으로 이웃주민들과 어울리고 자녀들은 여름에 정원의 잡초를 뽑는 등 집안일을 거둔다고 한다. 지난 150여년 동안 발렌베리가 기업을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었던 데는 경제성장을 맡기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정부와 노조의 힘이 컸다. 만약 사민당 정부가 1,000대1의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발렌베리재단에 대한 면세혜택을 주지 않았다면 발렌베리의 지배권은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발렌베리의 리더십에는 이 같은 기업 외부의 협력과 지원이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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