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누드 걸작전' <br>근현대 대표작 50점 전시<br> 보수적인 한국사회서 누드화 정착과정 보여줘<br> '입는 예술, 벗는 예술' <br>패션 사진작가 이엽<br> 옷이 아닌 인간에 초점 본래의 이상봉 담아
| 이인성의 '초록 배경의 누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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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엽의 '표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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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누드는 고대부터 예술 작품의 중요한 소재이자 주제였다. 생명의 잉태, 모성, 인체의 아름다움, 욕망의 대상 등 다양한 상징은 수많은 화가들로 하여금 여성을 그리게 했다. 근대 들어서는 누드의 피사체에 남성도 담긴다. 현대 사회의 작위성을 벗어 던진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 누드는 단순한 작품을 넘어 현실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선사한다.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은 31일부터 2월 20일까지 '화가의 여인, 나부(裸婦): 한국 근현대 누드 걸작전 1930~2000'을 연다. 서구 문화의 소산인 누드화가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정착되고 예술의 한 형태로 변화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전시다. 한국에서 누드화가 시작된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근현대기의 대표적인 누드화 50점을 선보인다. 국내 누드화로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은 이인성(1912~1950) 작가의 1935년작 '초록배경의 누드'. 서구 최신 그림 유행들이 일본을 찍고 한국으로 전해지던 무렵 최고의 스타 화가로 꼽혔던 작가의 작품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6.25전쟁 당시 제작된 이림(1917~1983)은 핏빛 누드로 아파서 신음하는 인류를 표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평생 단 한 점의 누드만을 남겼다는 한묵(99)의 '누드, 1953'에서는 전쟁 중에도 멈출 수 없었던 작가의 예술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또 전쟁 이후 유럽이나 미국 등지로 유학을 다녀온 초창기 유학파 김흥수(94), 박영선(1928~1996)의 작품은 이국적인 느낌이 특징이다. 1970년대 민족 고유한 정서가 담긴 설화나 민담 등을 에로틱한 여인의 누드와 결합해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최영림(1916~1985)의 모래 그림을 비롯해 박석호(1919~1994), 박항섭(1919~1994), 장리석(97) 등은 향토색이 짙은 누드를 추구했다. 또 자신의 신혼을 담은 손상기(1949~1988)의 연인상인 '화가와 여인, 1978'과 임신한 여인을 그린 '초조, 1986'에는 작가의 행복한 순간이 드러난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화가 천경자(89)의 대작 '전설, 1962'에는 가정적으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낸 작가의 모습을 반영하듯 따뜻하고 서정적인 정서가 담겨 있다. (02) 726~4456.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옷을 입히는 패션 디자이너가 자신을 완전히 벗기고 피사체가 된다. '입는 예술, 벗는 예술-이상봉 누드'전이 서울 중구 회현동 금산갤러리에서 오는 2월 1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패션 사진작가인 이엽이 지난 10년 간 피사체였던 이상봉의 '옷'이 아닌 '인간' 이상봉을 만난 결과물이다. 많은 사진작가들은 렌즈를 통해 피사체를 왜곡, 반전시킴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그 무엇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즉 작품 하나하나는 본래의 피사체가 아닌 그 자체로 새로운 무언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봉의 선(Line)''이상봉의 호러(Horror)''이상봉의 환상(Fantasy)'의 3개의 파트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대상을 낯선 모습으로 재구성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하기보다는 피사체의 면면을 말하듯이 풀어나간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사물의 재발견과 유사한 방식으로 피사체로부터 새로운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작가가 작품 하나하나를 통해 말하는 주제는 유연하지만 그 주제를 구성하는 방식에 있어 '누드'라는 파격을 취해 신선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이엽 작가의 렌즈를 통해 이상봉 디자이너와 대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디자이너로서의 외피를 벗은 이상봉, 모든 것을 벗어 던진 그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02) 3789~6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