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기요금 인상… 산업계 비상] 7% 오르면 연간 수백억원 추가 부담… 철강업계엔 직격탄

■ 주요 업종 영향<br>선박 수주가격 급락했는데 조선도 수익성 악화 불보듯<br>정유·전자도 원가부담 커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

기업들이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난에 잇단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부담까지 추가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극한의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한 정유업체 직원들이 인트라넷을 통해 생산현장의 에너지 효율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서울경제DB


"가뜩이나 유럽발 재정위기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으로부터 전기요금까지 올려 받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기업을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계획이 다음달부터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산업 현장의 분위기는 차갑기만 하다. 이미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이 오른 지 불과 1년도 채 안 돼 또다시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되자 기업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확산으로 하반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마저 추가 인상될 경우 기업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먼저 생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철강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전기요금까지 오를 경우 생산성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를 이용해 고철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는 '전기로 방식'을 사용하는 철강업체는 전기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지난 한 해에만 전기요금으로 무려 7,000억원을 썼을 정도로 공장 운영비용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포스코는 자체 발전소를 통해 약 70%의 전기를 직접 생산하고 있지만 지난해 전기요금은 5,200억원에 달했다. 이 밖에 동국제강과 동부제철도 지난해 전기요금으로 각각 1,700억원과 1,300억원을 부담했다.

현대제철은 전기요금이 7% 오르면 연간 490억원의 추가 전력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포스코도 전기료가 7% 오를 때마다 연간 400억원의 비용 부담이 추가된다. 신영증권은 최근 전기료가 6.5% 오를 경우 현대제철은 3%, 현대하이스코는 1.1%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체는 업종 특성상 다른 기업보다 전기사용량이 훨씬 많은 편"이라며 "이미 경기침체로 극한의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기업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업계도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계획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경기악화로 세계 선박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선박 수주가격이 급락한 상황에서 생산원가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연간 전기 사용료가 400억원에 달하는 한 대형 조선업체의 경우 지난해 인상분과 올해 추가 인상분을 모두 반영할 경우 추가 부담액만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주 가뭄에 허덕이는 국내 조선사가 저가수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1년 새 20%씩이나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조선사에는 전기료 인상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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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와 석유화학 업체도 전기요금 인상이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정유업계의 경우 원유도입 비용을 제외한 전체 생산원가의 10%가량을 전기요금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24시간 쉬지 않고 공장을 돌려야 하는 업종의 특성상 전기 사용을 줄이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월 평균 전기요금은 약 160억원으로 이를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1,900억원이 훌쩍 넘는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은 지난해 두 차례의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총 15%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SK에너지 울산공장도 지난해 8월과 12월 전기요금 인상으로 50억~60억원의 비용 부담이 늘었다. 결국 이 같은 비용 상승은 생산원가 부담으로 작용하며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밖에 연중무휴로 반도체 및 LCD 생산라인을 돌리고 있는 전자업체도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전기료를 내고 있는 만큼 전기료 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전자업체 입장에서는 전기료가 인상되면 수백억원에 달하는 원가 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업체가 국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량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춰 무더운 날씨에도 내부 온도를 권고치로 유지하고 점심시간 소등 실천 등 에너지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제조 공정에 소요되는 전기의 경우 어떻게 줄일 수도 없다"며 "아무래도 전기료가 오르게 되면 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경제단체도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강행 의지에 대해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전기는 철강ㆍ화학ㆍ중공업ㆍ반도체 등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원자재"라며 "그동안 저렴한 전기요금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늘고 해외 투자기업도 국내 유턴을 추진하고 있는데 산업용 전기요금의 대폭적인 인상은 투자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산업용전기 인상 자제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통해 "최근 10년간 주택용 전기요금이 4.1% 오르는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무려 열 차례에 걸쳐 61%나 인상됐다"며 "특히 지난 한 해에만 산업용 전기요금이 13% 가까이 인상되면서 기업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균형 있는 전기요금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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