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험대 오른 중국 리커창 경제팀

AI·쓰촨 지진 잇단 악재에… 경기 회복 더디고 물가불안<br>통화정책 운용 어려움 가중… 복구 과정 사회불만 우려도


지난 20일 발생한 중국 쓰촨성 야안시 루산현 강진으로 리커창 총리의 경제팀도 첫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원촨 대지진과 비교해 직접적인 경제손실은 미미하지만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물가불안이 커지면서 통화정책 운용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중앙정부의 재정이 재해지역으로 쏠리면서 다른 지방정부의 재정긴축이 불가피한 만큼 정책조정 능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7.7%로 약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2ㆍ4분기에는 야안 지진과 신종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경제회복의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융쥔 중국국제교류센터 경제연구부 부부장은 "재해복구가 정부 재정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거시정책 조정도 시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야안 지진의 경제적 손실보다는 향후 복구과정에서 재정투입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야안 지진의 경제적 손실은 최대 1,000억위안 정도로 추정된다. 홍위안증권은 야안 지진 피해를 100억~1,000억위안으로까지 가정했을 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최대 0.2%포인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홍위안증권은 "2008년의 경우 지진의 영향으로 8%에서 7%대로 떨어졌지만 이번 지진은 7.7%냐 7.6%냐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물가상승 압박이다. 쌍쑹쭤 중국농업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진에 따른 직접적인 농작물 피해뿐 아니라 저장돼 있는 농작물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며 "돼지고기 주생산지인 쓰촨성의 피해는 단기적으로 돼지고기 값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쓰촨성의 돼지고기 공급이 줄어들 경우 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0.4~0.6%포인트 정도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게다가 피해지역에 재정까지 풀릴 경우 올해 상저하고의 물가추이를 한두 달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요인이다. 매일경제는 이 경우 재난피해를 당한 쓰촨성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정부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통화량을 줄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해복구 과정에서 중국 새 지도부가 쓰촨 지역의 내부불만을 어떻게 다독거릴지도 관건이다. 리 총리가 지적했듯이 총체적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통계적 손실 외에 2008년 원촨 대지진 이후 중앙정부가 지역당국의 부패와 소요를 우려한 강한 통제로 주민들이 안정을 찾는 것을 방해한 전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중국 지도부는 경제적 손실보다 사회불만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8년 지진 당시 긴급구호지원금이 6개월 만에 끊겨 자급자족 체제로 돌아가며 토지재배분 등에 대한 당국 통제가 상실되면서 불만이 높아졌다. 부정부패 요인도 문제다. 재해지역 땅의 경우 민간 소유가 적고 지방정부 소유가 많아 피해를 당한 농민들이 피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해 지원금 분배과정에서 부패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융쥔은 "구조와 재건은 의심의 여지 없이 이뤄지는 것이고 문제는 중앙정부가 어떻게 재정을 조율하고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야안 루산현 강진으로 22일 현재 188명이 사망하고 25명이 실종됐으며 1만1,460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종을 합친 사망자 수는 213명으로 전일의 207명에서 크게 늘지는 않았다. 사망ㆍ실종자는 지진피해 중심지인 루산현과 바오싱현에서 46명이 나왔다. 지진 발생 후 72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이 10%로 줄어드는 만큼 구조작업은 이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루산현은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진과 이에 따른 산사태 위협 등이다. 전일까지 여진이 무려 1,815차례나 이어진 가운데 앞으로 여름 홍수기간에 산사태 위협이 상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지진으로 칭이강 댐이 충격을 받아 당장은 붕괴되지 않겠지만 여름 홍수기간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여름철 홍수기간에 지진으로 지반이 약해진 지역에 대규모 산사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장 22일부터 지진지역에 비가 예보돼 구조작업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