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인터뷰] '세계 100대 공학자'로 선정된 유병용 대우조선해양 차장

"신기술로 만든 선박, 오대양 누비는 것이 꿈이죠"

LNG 운반선 재액화장치 등 대우조선 독보적 기술 확보에

연구원으로서의 몫 다했을 뿐

한중일 조선강국 치열한 경쟁서 '질 수 없다' 사명감·책임감도 커


세계 3대 인명사전으로 불리는 마퀴스후스후, 영국 국제인명센터(IBC), 미국 인명정보연구소(ABI)에 이름을 올린 국내 조선 분야 공학자는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치열한 조선 분야에서 연초 마퀴스후스후 등재에 이어 최근 IBC가 선정한 '세계 100대 공학자' 타이틀까지 거머쥔 엔지니어가 있다. 주인공은 유병용(39·사진) 대우조선해양 중앙연구원 차장.

그는 양대 인명사전에 같은해 동시에 이름을 올린 것에 부끄럽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실 국내 조선 '100대 공학자'에 들어가기도 턱없이 부족함을 느낀다"며 "연구원 내 조선공학 베테랑들로부터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자세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분야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부유식 가스저장설비(FSRU) 등 각종 가스 운반선 및 LNG 연료 시스템 분야다. 연구원 내 그가 속한 연구그룹은 최근 2~3년 동안 LNG 추진 컨테이너선에 들어가는 LNG 연료공급 시스템과 LNG 운반선의 혁신적 기술로 평가 받는 재액화장치(PRS)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재액화장치는 선박이 기체상태의 천연가스를 액화상태로 수송할 때 일부 가스가 자연 기화하는 손실을 줄여주는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유 차장은 "대우조선이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데 연구원으로서 몫을 다했을 뿐"이라며 "단지 연구원에 몸담은 덕분에 해외 과학저널에 글을 실어 해외에 이름이 노출될 기회가 많았던 것이 이번 등재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배 역시 시스템통합(system integration)의 결과로 나오는 복합체인 만큼 혼자 힘으로 만들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한 기술을 고안했다 하더라도 설계·조립·건조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끊임없는 협의를 통해야만 실제 배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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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대학원을 마친 그는 해군사관학교에서 해군학사장교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군 복무를 위해 사관생도들에게 조선공학을 가르쳤지만 이때가 진정으로 선박 엔지니어링에 눈을 뜬 시기였다. "사실 대부분의 대입생들처럼 점수에 맞춰 대학 학과를 선택하고 대학생활 중에도 진로와 목표가 뚜렷하지 않았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배에 대해 가르치며 조선공학에 깊이 빠진 후에야 이게 나의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박사학위 과정 중 학계·산업계를 놓고 진로를 고민하던 때 그는 세계 조선 1위인 우리나라 조선업체에서 연구해보는 게 마땅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난 2005년 대우조선에 입사했다.

그는 "휴대폰시장의 신제품·신기술 전쟁만큼이나 치열한 곳이 세계 조선업계"라며 "특히 연구원에 들어온 후 한중일 3대 조선 강국이 펼치는 경쟁에서 질 수 없다는 사명감과 책임감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를 꿈꾼다면 호기심과 열린 마음이 필수라고 유 차장은 강조했다. 그는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 분야에 빠져 즐거움과 보람을 느낀다면 거기에 모든 것을 던져볼 만한 가치가 있고 그런 분야 중 하나가 엔지니어링"이라며 "자신만이 정답이라는 고집을 버리고 다른 사람과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세도 엔지니어에게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명사전 추가 등재와 같은 바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선후배 동료 연구원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타이틀도 민망할 따름"이라며 "혼신을 다한 신기술로 만든 선박이 오대양을 누비는 것보다 더 큰 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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