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9월 8일] 외평채 발행에 거는 기대

금융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ㆍ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며 달러당 1,100원을 돌파했다. 주가도 급락세를 보이며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9월 위기설’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9월에 만기가 되는 67억달러의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일시에 유출될 경우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불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한 글로벌 신용경색과 지난 7월 중순 이후 나타난 글로벌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은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 투자자금의 유출을 유도함으로써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를 증가시키고 여기에 글로벌 달러화 강세 현상이 가세하면서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폭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한국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글로벌적 문제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 들어 7월까지의 누적 경상수지는 78억달러 적자를 보이고 있다. 1998년 이후 11년간 지속했던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올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외채 증가로 한국은 곧 채무국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한다. 대외순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이 지난해 말 355억달러에서 올해 2ㆍ4분기 말에는 27억달러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환보유액 부족에 따른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매도자금 송금과 경상수지 적자 지속, 채무국으로의 전환 등으로 금융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외환보유액이 3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은 8월 말 현재 2,432억달러로 이러한 금융불안 요인들을 대비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1997년 말과 같은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이 크지 않다. IMF의 경상거래 기준과 기도티(Guitotti)의 유동외채 기준의 적정외환보유액은 각각 1,360억달러와 2,223억달러이다. 특히 기도티 기준인 유동외채에는 만기가 되면 청산될 조선업체의 수출대금과 투신권의 해외증권투자의 선물환매도와 관련된 1,000억달러가량의 단기외채가 포함돼 있다. 이를 고려할 경우 경상거래나 유동외채 기준의 적정외환보유액은 약 1,300억달러 내외로 볼 수 있다. 이는 현재의 외환보유액 대비 1,000억달러 이상 낮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재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외화차입 여건도 악화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외화조달 여건을 나타내는 가산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국가신용도 지표로도 사용되는 CDS프리미엄도 급등했다.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가산금리는 9월2일 현재 188bp로 지난해 말보다 58bp나 높다. 이 채권의 CDS프리미엄은 같은 기간 동안 45bp에서 124bp로 약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외화 조달비용의 증가는 글로벌 신용경색의 영향과 최근의 한국경제 상황을 일부 반영했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금융위기설이 과장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소버린 리스크를 다시 평가받음으로써 국가신인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정부의 외평채 발행을 위한 로드쇼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이번에 외평채 발행에 성공하면 한국경제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믿음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환시장의 안정뿐만 아니라 하반기에 계획돼 있는 국내 금융기관과 공공기업들의 10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발행에 대한 기준을 제공함으로써 원활한 외화유동성 공급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외평채 발행은 소버린 리스크를 줄이는 상징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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