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장신구 식품 화장품 등의 광고가 줄었으며 특히 구조조정의 시련을 겪고 있는 대기업 광고가 많이 감소했음을 실감했다. 반면 투신 은행 등 금융부문의 마케팅 및 광고가 활발했던 것은 특수아파트 분양광고의 증가와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변혁 및 경기부침의 한 단면을 짚어보게 하는 것이기도 했다.예년처럼 한국광고대상 심사는 마케팅상과 작품상을 구분해 실시했으며 작품상 심사는 예심과 본심으로 나누었다. 본심은 예심에서 통과된 526점을 대상으로 심사위원 8명이 부문별로 작품을 추천한 다음 득표수에 따라 다득표 작품을 가려 토론을 거쳐 수상작품을 선정하는 순으로 진행했다.
■종합일간지 부문 본심에 오른 163점의 작품중 11점이 최종 심사대상에 올랐다. 득표수에 따라 2개 그룹으로 나눠 토의한 결과 삼성전자의 「지펠냉장고」가 대상을 차지했고 LG전자의 기업PR광고인 「디지털LG」가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예년과 달리 두번의 결선이라는 산고 끝에 대상으로 선정된 「지펠냉장고」의 경우 출시 2년째이지만 대중형 이미지에서 최고급 이미지로의 성공적인 전환이 높게 평가됐다. 「당신이 꿈꾸던 냉장고 지펠」이라는 평범한 헤드라인이 평범한 모델과 잘 어울렸지만 삼성전자라는 광고주표시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 있었음을 밝혀 두지 않을 수 없다.
최우수상에 선정된 「디지털LG」는 「세상을 바꾸는 힘, 디지털LG」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다음 세대를 위한 디지털 기술로 연결시킨 사진이 인상적인 빼어난 작품이다. 역시 새로운 슬로건 「OK! SK」를 「고객이 행복할 때까지는 NO!」라는 호소로 이어간 SK그룹 PR시리즈를 비롯하여 현대건설의 99환경 대상 수상 기념작품, 대한한공의 기업PR, 한국통신의 인터넷광고 등이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마케팅상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현대증권의 「바이코리아펀드」는 새로운 기업가치 평가모델과 리스크 관리모델을 이용하여 개발된 신상품이다. 한국경제를 재도약시키자는 과감한 광고를 통해 97년 대비 2.5배에 이르는 수탁액(11조원) 신장을 시현한 성공상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IMF극복의 동력이 됐다」는 예찬이 있었던 반면 「현대증권이 빚은 사회적 물의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묻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우수상을 수상한 LG전자의 「완전평면TV」는 작년대비 33%의 신장을 보이며 부동의 1위를 굳혔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고 태평양화학의 「아이오페」도 출시 2년동안 합리적 마케팅전략을 바탕으로 기능성 화장품의 선도브랜드가 됐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하나로통신도 ISDN시장에서 탈피, 초고속 인터넷 ADSL시장의 리더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 인정돼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스포츠레저부문 SK텔레콤의 「TTL시리즈」는 만장일치로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이색적인 모델을 등장시켜 고전적, 이색영화풍으로 제작한 이 광고는 엄청난 양의 TV광고를 한 것도 있지만 「TTL」이라는 단어와 모델의 나이, 표정, 이미지 등으로 많은 화제를 뿌린 것만은 분명하다. 우수상을 수상한 라미화장품의 「지오우모」는 잡지광고처럼 절제된 카피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신세기통신의 「우리를 이어주는 아름다운 힘, 파워디지털 017」은 컨셉과 모델과의 조화가 뛰어나고, 기아의 「비스토」는 레저분위기를 잘 살린 작품.
■종합경제지 부문 최우수상인 현대자동차의 「에쿠스」는 「세게 명차에 그 이름을 올립니다」라는 헤드라인을 살린 「투페이지 스피리드」의 대형광고로서 대담한 작품이다. 우수상인 세종증권의 기업PR광고는 「고객을 위해서라면 밤낮없이 최선을 다한다」는 헤드라인을 야간근무 정경을 배경으로 삼아 깔끔하게 제작한 작품이며 LG뮤추얼펀드는 수익성을 강조한 대형 작품이다.
■특수일간지부문 최우수상인 서울우유의 「수상자를 찾아서」는 창작조형물 공모전의 수상자를 순례하면서 그 내용을 입증식으로 처리한 시리즈물로 작품성을 떠나 매우 적절한 캠페인이었다. 「모닝글로리 감 잡았어」는 기업의 새출발을 잘 알린 가작이었으며, 포스코 기업PR도 깔끔한 작품이었다.
■잡지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인 에스에스패션의 「로가디스」는 「1999년 마지막 가을」이라는 평범한 헤드라인이 「언컨수트」라는 특이한 글씨체의 로고와 잘 조화된 가작이다. 우수상인 「무크」는 강하면서도 섬세한 사진처리가 눈에 띤 반면 「클레퍼」는 대담한 사진처리가 돋보였다.
■특별공모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넘어뜨리는 손」과 「일으키는 손」도 작품의 우수성보다는 주어진 주제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나름대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가작이다. 우수상인 「못하나도 펴서 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는 작품성은 뛰어났지만 컨셉의 응축과 그에 적합한 헤드라인이 아쉬웠다.
/심사위원장 동국대 황창규(黃昌奎)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