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저축銀 2차 영업정지 뭘 남겼나] <상> 다시 드러난 고무줄 BIS 비율

회계법인·감독기관 '눈 뜬 장님'… 파헤칠수록 속빈강정<br>우량사 평가 에이스·제일 등 1년도 안돼 마이너스 추락 대형사 위주 집중 감사 필요<br>"저축銀 자본건전성 지표도 단순자기자본비율로 바꿔야"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많은 부분에서 풀어야 할 문제점을 던져줬다. 무엇보다 고무줄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근본적인 해결책 강구가 필요하다. 영업정지를 당한 토마토저축은행 역시 BIS 비율이 1년 전만 해도 8%를 넘었다. 가지급금을 받기 위해 침낭을 챙겨와 밤을 샌 수많은 예금자들도 이들이 내건 멀쩡한 BIS 비율을 믿었을 것이다. /서울경제 DB


저축은행 2차 구조조정이 끝났다. 토마토 등 7개 저축은행은 영업정지를 당했고 6개는 조건부 합격 판정을 받았다. 우려했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도 잠시의 '소요'로 끝을 맺을 듯하다. 전체 저축은행의 예금이 순유입으로 돌아섰고 토마토2저축은행도 안정 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 하지만 2차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많은 부분에서 우리에게 문제점을 안겨줬다. 무엇보다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 계열 등 1차 구조조정 때 나타났던 문제점들이 되풀이됐다. 회계장부는 엉터리였으며 금융감독원과 공공기관 출신인 감사와 사외이사들은 대주주의 전횡을 막지 못했고 불법대출이 판쳤다. 회계법인은 '눈 뜬 장님'이었고 감독 당국도 제 역할을 못했다. 반복되는 저축은행의 문제점과 2차 영업정지가 남긴 과제를 3회에 걸쳐서 풀어본다. 23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에이스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논란거리였다. 여야 할 것 없이 에이스저축은행의 고무줄 BIS 비율을 거론하며 감독 부실 문제를 추궁했다. 지난해 말 BIS 비율이 8.2%로 우량 저축은행이었던 에이스는 6개월 만에 -51%로 곤두박칠쳤다. 토마토와 제일ㆍ제일2도 모두 8~9%였지만 1년도 안 돼 실체가 드러났다. 금융감독 당국은 "저축은행의 자본금이 적아 BIS 비율 변동폭이 크다(25일 김석동 금융위원장)"면서도 검사할 때마다 급전직하하는 BIS 비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9월 말부터 또 문제=저축은행업계와 거래고객들은 "당장 9월 말을 기준으로 한 저축은행 지표를 믿을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번에는 대대적인 경영진단을 통해 부실을 다 찾아내 금융감독원과의 협의를 거쳐 BIS 비율을 내놓았지만 9월 말 현재 자료부터는 다시 저축은행 자율로 BIS 비율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2011회계연도 결산도 저축은행이 알아서 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경영진단 이후에는 금감원이 정기검사를 하고 예보와도 공동검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경우 집중적으로 뒤지면서 부실이 쏟아져나오지 않았느냐"며 "이번에는 믿는다고 쳐도 다음부터는 신뢰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감독 당국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식이나 채권이 상장된 대형 저축은행은 9월 말 경영공시부터 스스로 하게 될 텐데 자산건전성 분류를 제대로 할지 걱정"이라며 "대형사 위주로 매년 집중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IS 비율은 저축은행 건전성을 판단하는 잣대다. BIS 비율이 5% 미만이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고 1% 아래로 내려가면 상황에 따라 문을 닫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핵심지표를 상당 부분 믿기 어려운 상태라는 지적이 많다. 이미 수차례 이 같은 내용이 사실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1%라는 보해는 다시 검사를 하니 BIS 비율이 -91%였고 부산은 5.1%가 -50.2%로 둔갑했다. ◇회색지대 집중 검사ㆍ감독해야=이 때문에 대형사들은 집중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대형 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당국이 매년 검사를 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경영진단에 버금가는 수준의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대형 저축은행은 물론이고 BIS 비율이 5~7%에 있거나 유동성 비율이 낮아 회색지대에 있는 저축은행들은 당국에서 감독관을 파견해야 한다는 말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감독 당국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부실 우려 금융기관을 철저히 감독한다는 차원에서 실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한 7개 저축은행 중 토마토 등 5개사는 예금보험공사와 금감원이 공동검사를 한 곳이다. 공동검사를 할 정도로 부실 징후는 잡았지만 결국 영업정지를 당함으로써 실질소득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저축은행 자본건전성 지표를 BIS 비율에서 단순자기자본비율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저축은행들이 실질자본은 적으면서도 후순위채를 발행해 BIS 비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BIS 비율은 부채 성격이 큰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을 자기자본으로 계산해 실질적인 위험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저축은행은 외환 업무도 하지 않기 때문에 BIS 비율이 아닌 부채 비율 등으로 따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정무위원회의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도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보완자본이 포함된 BIS 비율이 아니라 단순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