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자금 증시유인 팔걷었다] 자금선순환 추세전환엔 ‘한계’

정부가 은행ㆍ투신ㆍ증권 등 3대 금융권에서 코리아 주가연계상품(KELF)를 공동 개발, 판매하도록 유도한 것은 부동자금의 물꼬를 주식시장으로 틀 수 있는 호기를 맞은 만큼 금융권이 적극 나서 자금의 선순환을 이끌어내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10ㆍ29 부동산종합대책이 일단 약발을 발휘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며 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흐르는 것이 멈칫해진데다 때마침 주가도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돌파하는 등 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따라서 금융권이 안전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상품을 개발, 부동산대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동자금을 증시로 흐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투신ㆍ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돈을 증시로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자금흐름의 기조를 바꾸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있다. 부동산투자 선호 자금은 기본적으로 안전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자금이어서 이것의 대거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증시 자금유발효과 6,000억 이상 될 듯= 정부와 상품 제안자인 미래에셋증권에서는 이번 KELF를 통해 최소 1조원이상 많으면 3조 이상의 자금이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정도 규모면 주식투자비율을 평균 60%로 한다고 했을 때 6,000억~1조8,000억 정도의 증시자금 유발 효과를 올릴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ELS 판매액이 9조원을 넘어서는 등 이 상품에 대한 인기가 높은 것도 직접투자 대신 ELF를 선택하게 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돌파하는 등 연일 연중최고치를 돌파하고 있고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이 하락 조짐을 보이는 등 증시 주변여건이 호전됨에 따라 이번 상품이 부동산과 증시를 잇는 `자금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한 증권사의 사장은 “단기적으로는 일부 자금의 유입이 기대할 수있다”며 “1년짜리 단기상품이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동자금 흡수 등 자금흐름 추세전환엔 역부족= 하지만 증권업계의 반응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단기적으로 부동산 이탈자금을 일부 흡수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자금흐름 자체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증권업계에서는 부동산에 묶여있는 자금 대부분은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데 주식의 투자비율을 높였을 경우 위험도가 높아져 이들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최근 종합주가지수 급등에 따른 부담 때문에 개인투자자 조차 손실 위험을 느끼고 증시를 이탈하고 있는데 위험을 극도로 회피하고 있는 부동산 자금들이 과연 증시로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라는데도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주식형 ELF가 현재 일반 투신사에서 운용하고 있는 주식형 펀드와 별 차이가 없다는 점도 증시 자금유발효과를 의심하게 하는 요소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시중 자금을 끌어모은다기 보다는 기관 투자자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어도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건전한 장기투자 육성에 초점 맞춰야= 증권ㆍ투신 전문가들은 시중 부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ELF와 같은 틈새시장을 육성해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ELF를 발매하더라도 한꺼번에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관에서 여러 시점에 소형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난 87년 `블랙 먼데이`처럼 증시 대폭락이라는 예상외의 악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펀드분석 전문가는 “ELS는 정부가 부동산에서 자금을 빼내려는 의지가 너무 강해 등장한 기형적 상품”이라며 “기관투자자 육성,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과 같은 기초체력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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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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