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로화 강세의 딜레마

달러횡포 막을 '제2의 기축통화' 이름값 불구<br>수출·관광업계등 채산성 악화로 경기 걸림돌

지난 99년 ‘유로화’의 등장은 달러의 독선과 횡포를 견제할 제2의 기축통화 탄생을 예고했다. 3억명에 이르는 인구, 전세계 GDP의 25%, 세계무역의 32% 가까이 차지하는 세계 2위의 경제권을 갖춘 유럽연합(EU)으로서는 당연한 기대감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첫 거래 당시 유로환율도 1.17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0.8달러선까지 약세를 보이던 유로는 2002년부터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강세를 이어갔다. 불과 2년 만에 유로에 대한 달러의 가치가 무려 50% 이상 떨어진 것.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1유로를 사려면 1.3666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유로에 비하면 달러 값이 말 그대로 ‘껌 값’이 된 것. 유로화는 비싸졌지만 그만큼 대가도 컸다. 경제가 좋아져 유로의 돈값이 올라간 게 아니라 무역적자 확대에 시달리는 미국의 보이지 않은 압력이 작용한 게 더 컸다. 미국경제보다 특별히 나을 것이 없던 EU는 유로 값만 잔뜩 올린 상태에서 정작 경제는 시름시름 앓아갔다. 유로화의 강세는 어느새 유럽경제의 앞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수출비중이 높은 유럽기업과 관광업계 등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역내 경기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 실제로 유럽을 대표하는 기업인 폴크스바겐은 유로화 강세가 본격화한 2003년 이후 미국 내 매출이 15%나 감소했다. 미쉐린은 판매량이 3.3% 늘었음에도 환차손으로 인해 매출액은 오히려 1.3% 줄어드는 등 물건을 팔수록 손해만 보는 기형적인 상황에 내몰렸다. 유럽경제의 성장률도 지난해까지 3년간 평균 1.0%에 그쳤다. 이로 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로화란 단일통화권 구축은 역내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거나 장기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2004년 7월 유로존 경제보고서)고 진단했다. “ ”(오트마르 이싱 유럽중앙은행(EC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분석도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환시장 개입을 극히 꺼렸던 EU는 일본과의 공조를 시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2000년 유럽과 일본은 미국 정부의 비난을 받아가면서까지 외환시장에 공동으로 개입한 전례가 있다. 믿을 만한 ‘파트너’를 찾고 싶어하는 일본으로서는 매우 반가운 우군이 나타난 셈이다. 지난해 말에도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이 공동으로 환율개입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할 정도로 공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ㆍ프랑스 등 개별 국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외환시장에서의 능동적인 처신은 공동화폐인 ‘유로화’라는 그물에 걸려 ‘딴 나라’ 얘기가 되고 말았다. 그들 경제가 갈수록 시들해지는 것도 그런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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