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차 은행짝짓기 수면위로

이용근금감위장 "합병 검토 은행있다"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은 22일 지극히 원론적이면서도 「시장이 놀랄만한」 얘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일부 은행이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서스럼없이 말했다. 무대뒤에서 머물던 은행합병이 본격적인 게임의 장(場)으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남은 것은 어느 은행이 2차 구조조정의 서막을 장식하는가의 부분이다. ◇은행합병 가시화= 李위원장의 발언은 언뜻 원론적인 수준. 그는 『시기나 명칭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자체 경영합리화외에 합병을 검토중인 은행이 있다』고 못박았다. 정부 최고위 당국자가 은행합병과 관련해 시장전략을 공식화시킨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것은 감안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동안 정부 당국자들이 은행합병에 대해 오히려 혼선을 부추겼던 발언들을 내놓았던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발언이기도 하다. 어찌됐던 은행합병 움직임은 이제 가시화된 형태로 시장에 투영될 전망이다. ◇누가, 언제 합병대열에= 은행권 움직임을 감안하면 늦어도 두달안이면 2차 합병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李위원장 발언수위를 보면 오히려 당겨질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문제는 합병대상. 당국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2차 은행구조조정의 방향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금융지주회사이고, 나머지 하나가 합병이다. 금융지주회사도 종국에는 합병을 위한 단계적 방안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조흥·외환은행과 우량은행간 합병도 거론한다. 조흥은행은 지방은행들을 추가합병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현재 은행권내 합병이 유력한 은행은 주택은행. 김정태(金正泰)주택은행장은 『이번 여름은 땀이 많이 나는 계절』이라고 말해, 합병을 기정사실화한 바있다. 단지 유력하게 거론되던 국민은행과의 합병만은 부인했다. 신한·하나·한미은행 등과 합병하는게 낫다는 표현도 곁들였다. 국민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 국민은행과 다른은행의 합병에는 반드시 전제가 붙는다. 대규모 인력·점포 감축이다. 다른은행들이 국민은행과의 합병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국민-외환은행간 짝짓기를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2차 합병의 신호탄이 주택·국민은행이 아닌, 후발은행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해석도 한다. 신한 등 후발은행들은 이미 실무자들끼리 합병에 대비해 상당히 깊숙한 자료교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상대은행의 전산과 인력·점포 등 표피적 자료는 물론, 인력구조 등 합병에 따른 배치작업까지 진행시킬 정도. 하나은행 관계자는 『오늘이라도 은행장끼리 합병에 합의한다면 사흘안에 합병의 골격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3개 후발은행중 우선 거론할 수 있는게 하나·한미은행. 하나은행은 기업문화가 맞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합병의 주체(존속법인)가 된다면 얼마든지 합병에 응할 수 있다는 심산이다. 고위 관계자는 대신 『주택·국민은행과의 합병은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단정한다. 한미은행이 유력한 검토대상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원하는 『세계적 수준의 합병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주택·국민과의 합병이 극적으로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은행은 급한게 외자유치다. 당초 5월말까지 외자유치를 마무리한후, 합병 등에 대처할 생각이었지만 당국의 저지로 미뤄진 상황. 고위 관계자는 『외자유치에 관계없이 합병대열에 들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욕심을 내는 파트너중 하나인 신한은행은 지분구조상 짝짓기 대상에 넣기가 쉽지않다. 제일교포들의 합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우선 불식시켜야 한다. 이인호(李仁浩)행장도 『독자생존에 필요한 자본금은 충분히 확충돼있다』고 말해, 「홀로서기」에 대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거센 움직임에 무조건 버틸 수 있을지는 두고 볼일이다. ◇공적자금 투입은행 해외지분 매각= 李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 등 구조조정후 은행 정부지분 처리가 시장에 공급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해외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매각대상은 정부 지분의 20~30%가량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은행 주가. 바닥상태에서는 매각이란 말자체가 의미없다. 재경부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대충 마무리되고, 은행주가가 최소 액면가 이상으로 올라서면 지분 일부를 해외매각하는게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5/22 20:2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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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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