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4대그룹 구조본부장 설문]“확실할때 움직인다” 재계 방어경영 강화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4대그룹의 속내는 한마디로 `확인 또 확인한 후 움직이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투자규모나 시기 등 굵직한 경영 결정에 대해 겉으로는 `당초 계획대로`라는 원칙론을 내세우지만 이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는다면`이라는 가정법을 깔아놓고 있는 것이 이의 반증이다.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변하는 것이 생존의 제1원칙이라는 `방어 경영`의 입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 ◇“한치 앞도 모르겠다”=4대그룹이 이처럼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는 가장 큰 요인은 신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한 불안감이다. 비록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손길승 전경련 회장의 회동으로 정ㆍ재계간 유화무드가 조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4대그룹이 유일하게 한 목소리를 낸 부분은 차기정부가 재벌개혁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 십분 양보해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새로운 토양에 적응하려면 충분한 대비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4대그룹은 신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워낙 확고해 과거처럼 완강하게 거부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북핵파문, 이라크 전쟁 가능성 고조, 글로벌 경기 불투명 등 메가톤급 대외 악재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주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다만 노 당선자가 손 회장과 만나 `시기와 방법`을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는 점차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문제와 반미ㆍ반한감정 촉발 등으로 불거진 한반도 주변의 갈등 고조도 4대그룹들의 예측범위를 벗어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 미 행정부에서 한ㆍ미 방위협정 및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기존 방식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것과 관련, 군사ㆍ외교적인 사안이 기업경영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얽혀들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가길 희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R&Dㆍ설비투자 등 축소조정=이번 설문조사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당초 계획보다 최고 10%까지 연구개발(R&D)이나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삼성ㆍSK그룹은 상황을 좀 더 지켜 본 후 투자규모 축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응답했다. LG그룹은 당초 계획대로 연구개발 등에 투자하겠다고 응답했지만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고있어 대내ㆍ외 변수가 급박하게 돌아가면 언제든지 투자를 축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재계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은 상황에서 4대 그룹의 투자축소는 국내 경제 성장률을 더욱 둔화 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4대그룹은 기준환율이나 기준유가 등 올 경영계획을 마련하는데 기초적으로 설정해 놓았던 경영기준 지표들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다른 그룹에 비해 달러당 연평균 기준환율을 1,220원으로 높게 예상한 SK그룹은 기준환율을 1,200원으로 낮추고 경영기준 지표 수정에 돌입했다. 반면 대내ㆍ외 변수를 감안해 기준환율을 1달러당 1,100원대로 낮춰 올해 경영기준 지표를 설정한 삼성ㆍLGㆍ현대차그룹 등은 대내ㆍ외 변수를 좀 더 지켜 본 후 조정에 나서겠다는 신중한 자세다. 유가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ㆍLG 그룹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개시될 경우 배럴당 최고 40달러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유가 급등 시기에 대비한 경영지표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동수기자 best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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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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