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전통 문화와 한류 열풍

최태지 <정동극장극장장>

“발레하시던 분이 정동극장에 오셨군요.” 정동극장장이 된 지도 벌써 6개월째. 그동안 많이 들었던 말이다. 재일교포 출신인데다 서양예술의 꽃인 발레를 하던 사람이 정동극장에 왔으니 사람들은 내심 낯설어 하는 눈치다. 정동극장이 어떤 곳이길래. 이곳 프로그램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부분은 전통문화 상설공연이다. 서울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우리나라 전통문화 공연을 1년 내내 볼 수 있는 극장은 오직 정동극장뿐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화를 외국인에게 알리는 전초기지 같은 곳에 전통문화와는 영 멀어 보이는 사람이 왔으니 사람들이 거리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의 일이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면서 경험한 한국문화는 어머니가 즐겨 들으시던 이미자씨의 노래와 한국식 제사 정도였다. 게다가 발레에 빠져 살았기에 한국문화는 가까우면서도 어쩌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세계였다. 그런 필자가 한국에 와서 전통 사물놀이를 처음 들었을 때의 벅찬 마음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그 역동적인 리듬과 스피드는 클래식 발레 오케스트라 음악에 익숙해져 있던 필자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분들에게는 그저 익숙한 소리였겠지만 필자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듯한 감동이었다. 놀라운 것은 사물놀이뿐만이 아니었다. 단아한 가야금 소리, 품위 있는 춤사위, 질펀한 판소리 한 마당…. 사람들이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도 필자에게는 가슴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 감동이 정동극장 무대에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매일 재현되고 있다. 단순히 공연뿐만이 아니다. 장구도 쳐보고 전통의상도 입어보고 공연 후 아늑한 쌈지마당에서 뒤풀이까지 함께 하면서 그들은 신나게 한국을 만난다. 관람과 체험ㆍ뒤풀이가 함께 어우러진 공연은 세계 어느 극장에 가도 경험하기 힘들다. 오히려 정동극장이 대극장이 아니라 열린 마당을 갖춘 소극장이기에 우리 문화를 더욱 살갑게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매일 200명이 넘는 외국인 유료관객이 정동극장 무대를 통해 5,000년 한국문화의 멋과 흥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전세계를 누비며 우리 전통문화를 마케팅해온 극장 직원들의 10년에 걸친 땀과 노력이 숨어 있다. 최근 드라마ㆍ영화ㆍ스타 등이 일으킨 한류 열풍이 아시아 각국에 불고 있다. 대중문화에서 촉발된 한류 열풍이 진정한 세계 문화 트랜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우리 전통문화의 깊이 있는 멋과 흥이 자연스럽게 접목돼야 한다고 본다. 그 일선에 서 있는 정동극장에서 한국 전통문화 공연을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키우고 한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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