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3(수) 18:17
崔 禹 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촉나라 맹장 관우(關羽)가 위나라와 싸우다가 독화살을 맞아 오른팔을 못쓰게 되었다. 이때 천하의 명의 화타(華陀)가 등장한다. 화타는 관우의 상처를 한번 살펴본 뒤 수술이 급하다면서 큰 기둥을 세우고 거기에 쇠고리를 매달아 달라고 한다. 독이 뼈 속에 번져 그걸 긁어내야 하는데 워낙 고통이 심하므로 쇠고리에 팔을 넣고 동아줄로 단단히 묶어야 한단다.
자존심 강한 관우는 사내대장부가 그만한 아픔을 못참아 되겠느냐며 그냥 수술을 하자고 고집한다. 할 수 없이 바로 수술을 하게 됐는데 관우는 술과 고기를 갖다 놓고 바둑을 두며 팔을 내민다. 화타가 관우의 오른팔 살을 찢고 뼈를 살피니 시퍼런 독이 벌써 퍼져 있었다. 그걸 예리한 칼로 깍아내는데 관우는 술을 마시면서 태연히 바둑을 계속 했으나 주위 측근들은 뼈깍는 소리에 모두 고개를 돌렸다한다. 물론 수술은 성공리에 끝나 관우의 오른팔은 감쪽같이 낫는다.
천하의 맹장 관우와 천하의 명의 화타가 이렇게 등장하는 것은 관우의 영웅다움과 화타의 높은 의술을 같이 높히기 위한 연출로 해석된다. 어찌보면 관우의 초인적 인내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보인다. 사실 삼국지에서 관우가 무예에도 가장 출중하고 인격도 비범한 영웅으로 묘사된다. 이것을 뒤집어 보면 뼈를 깍는 아픔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평생을 시산혈해(屍山血海) 속에 살아온 무장도 뼈를 깍는 아픔만큼은 참기 어려운 것인가 보다. 서로 싸우다 한칼에 베이거나 화살에 심장이 뚫려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 장면에 장비(張飛)나 여포(呂布)가 아닌 관우가 등장하는 것이다. 용맹보다도 인내와 수양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관우로 말하면 그때 죽음보다 더 무서운 고통을 참고 뼈를 깍아내는 구조조정을 했기에 살아날 수가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화타라는 천하의 명의를 만난 것이 큰 행운이었다. 화타는 그때 이미 천하에 명성이 드높았기 때문에 관우도 안심하고 팔을 맡겼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뼈를 깎는 아픔을 참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그런 말이 걸핏하면 나오는걸 보면 그 고통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뼈를 깍는 고통은 천하의 관우가, 그것도 화타라는 명의를 만나야 견딜 수 있는 일이다.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장삼이사(張三李四) 모두가 유행처럼 입에 올리고 있다. 그렇게 쉽게 생각하니 구조조정이 쉽게 안되는 것이다. 결사적 각오를 하고 덤벼도 될동말동한데 아무나 할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니 늘 구조조정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이다.
뼈를 깍는 고통을 내 뼈는 그냥 두고 남의 뼈만 깍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구조조정은 남의 뼈가 아닌 바로 내 뼈를 깍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제대로 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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