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유족 두번 울리는 장례식장 바가지 상혼

38만원에 구입한 러시아산 관 170만원에 팔고

남의 제사상 올렸던 음식 등 재사용해 폭리

경찰, 장례업자·상조회사 직원 등 61명 불구속

최근 부산 동아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모친상을 치른 박모(51)씨는 3일장 비용으로 모두 1,200만원을 장례예식장 측에 지불했다. 박씨는 대금을 지불하고도 찝찝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수의며 각종 장례음식, 관 등 장례용품의 질이 지불한 비용에 비해 조잡했기 때문이다.

박씨의 사례처럼 병원 장례식장들이 제의용품들에 대해 턱없이 높은 폭리를 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6일 장의용품을 재사용해 폭리를 취하거나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온 혐의(사기, 배임증재 및 수재)로 대학병원 1곳을 포함, 부산 지역 3개 대형 병원의 장례업자 등 61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이들 가운데는 유족들을 속여 남의 제사상에 썼던 꽃과 제수용 음식·과일 등 장의용품을 재사용해 폭리를 취해온 꽃집 주인과 제수용 전문 제조음식점 업주, 이들로부터 장의용품 판매금액의 비율에 따라 리베이트를 정해 관행적으로 금품을 뜯어온 장례식장 운영자, 상조회사 직원 등이 대거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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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부산 동아대병원 장례식장에 장례용 꽃을 납품하는 정모(57)씨, 제수용 음식 공급업체의 정모(40)씨 등은 지난해 11월6일 유족 김모(47)씨를 속이고 제단의 꽃과 제물상의 음식을 재사용해 200만원을 가로채는 등 지난 2010년부터 4년가량 1,000여차례에 걸쳐 1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제단을 장식하는 꽃(100만원)이나 각종 생선·과일(1개 상당 20만~30만 원) 등 제수용품을 이미 사용하고도 장례가 끝난 뒤 냉장고 등에 보관했다가 2~4번씩 재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장례식장 운영자 이모(57)씨와 상조회사 직원 김모(40)씨, 장의사 등은 같은 시기에 꽃 판매대금의 40%, 영정사진 50%, 운구차 대여 30%, 납골당 안치 30% 등의 리베이트금액을 정해 해당 업자들로부터 4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동아대병원 장례식장은 5만7,000원에 구입한 중국산 오동나무관을 상주들에게 20만원에 판매했다. 38만5,000원짜리 러시아산 적송관은 170만원에, 9만원짜리 중국산 오동나무관은 40만원에, 10만3,000원짜리 중국산 관은 50만원에 각각 판매됐다. 이 장례식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관 16종류의 판매가격 대비 구입 원가는 24.7%에 불과했다. 수의 역시 상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60만원짜리의 납품가는 12만2,000원에 불과했다. 납품가 1,600원에 불과한 종이신발은 5,000원에 판매됐고 납품가 500원짜리 다라니경은 10배인 5,000원에 판매됐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현재 행정기관이 장례식장 등을 점검할 때 게시한 가격표대로 받는지 여부와 위생 문제 등만 점검한다"며 "장례식장 등이 '부풀려 게시한 가격'을 받으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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