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20일 19대 국회 첫 세비가 나왔다. 새누리당 의원 전원은 17억원 상당의 세비를 당 지도부에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상임위원장 배분,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 등으로 개원 협상이 난항을 겪자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다.
지난해 4ㆍ11 총선 당시 정치개혁 공약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포함되면서부터 논란이 됐던 세비 반납 운동은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개원이 안 됐다고 국회 의원이 놀고 있는 것이냐"며 공개 반발할 정도로 역풍에 시달렸다. 이후 국회가 공전을 거듭할 때도 세비를 반납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무노동 무임금' 공약이 정치공세에 머물렀다면 민주당의 '국회의원 정수 및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공약은 이른바 '안풍(安風)'에 속절없이 휘둘린 결과물이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대선 예비 후보였던 지난해 10월23일 ▲국회의원 정수 축소 ▲정당 국고 보조금 축소 ▲중앙당의 축소 또는 폐지 등을 정치 쇄신 과제로 천명했다. 이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정치학자 등 전문가 그룹 사이에서도 "국민의 반(反)정치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유권자들의 정치 변화 욕구를 대변하는 안 의원의 지적에 야당은 토를 달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새 정치 공동선언'을 통해 당시 핵심 쟁점이던 '의원 정수 축소' 방안에 대해 "비례대표는 늘리고 지역구를 줄이는 과정에서 의원 정수를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이 표를 더 얻기 위해 "의원 정수 축소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 발 더 나가자 위기의식을 느낀 새누리당도 의원 정수 축소를 약속했지만 대선이 끝난 지금 이 논의는 종적을 감췄다.
정치권은 이후에도 '뼈를 깎는 쇄신안'이라며 쉴 새 없이 정치개혁안을 내놨지만 대부분은 공수표에 그치고 있다. 여야가 각각 제시한 정치개혁안 중 ▲불체포특권 및 면책특권 제한 ▲국회의원 겸직 금지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국민참여경선 도입 ▲비리 전력자 공천 배제 ▲책임총리제 ▲윤리특별위원회 강화 ▲예결특위 상설화 ▲선거구 획정위의 독립기구화 ▲의원 연금 개선 등 공통 사항이 부지기수지만 이를 실천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선거가 임박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국회 정치쇄신특위 활동에만 기대를 걸어서는 또 정치개혁이 물거품으로 끝날 것"이라며 "국민이 시민단체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쇄신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