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승부사 노무현'과 도박공화국

도박판에서는 으레 돈을 땄다는 사람보다는 잃었다는 사람이 많게 마련이다. 도박판을 접을 때 딴 돈과 잃은 돈이 항상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노름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면 다 안다. 오죽하면 아버지와 아들이 발가벗고 둘이서 고스톱을 쳐도 딴 사람은 없고 둘 다 잃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도박의 역사는 인류와 더불어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인생은 도박이라는 말들을 한다. 인생 그 자체가 운명의 신과 벌이는 내기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바다 괴담'에 온나라가 시끌 인생에 있어 결정적 순간을 앞두고 있을 때의 심정은 자신의 패를 까면서 승부를 가를 때의 그 두근거림과 별반 차이가 없다. 도처에 도사린 위험을 피해가며 보다 나은 삶을 향해 승부를 걸고 가끔씩은 생각지도 않은 행운과 맞닥뜨리기도 한다는 점에서도 우리의 인생은 도박과 그리 다르지 않다. 도박판에서는 누구나 이기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으며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잃으면 본전 생각이 나서, 따면 더 많은 욕심을 부리게 돼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게 도박판의 생리다. 끝내는 빈털터리가 돼 빚을 지더라도 본전과 이익을 챙기겠다는 탐욕이 도박판에 점점 더 빠져들게 한다. ‘바다 이야기’로 온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지난 3년 반 동안, 아니 이 나라에서 살면서 이 정도의 소란에는 익숙해서인지 이제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철 지난 바다에서 겪었던 추억거리를 엮은 수필집 정도를 연상하게 했던 ‘바다 이야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바다 괴담’으로 변해가고 있다. 앞으로 괴담의 주인공들이 얼마나 더 등장할지 두고 볼일이다. 물론 ‘바다 이야기’를 둘러싼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관련 업계의 그렇고 그런 뒷거래가 어디까지 밝혀질지는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바다 이야기’ 게이트의 추악한 먹이사슬 구조 정점에는 정치권과 정부가 위치해 있고 최하층부는 바로 국민들이라는 점이다. 누가 뭐래도 ‘바다 이야기’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서민들이다. 일용직 근로자와 학생ㆍ자영업자ㆍ주부ㆍ노인들이 ‘바다 이야기’의 제물로 희생됐다. 물론 헛된 대박의 유혹에 빠져 돈 잃고 삶까지 망쳐버린 당사자들이 이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대박의 유혹을 부추기면서 하이에나처럼 먹잇감 주위를 어슬렁거린 정부도 공범자임에 틀림없다. 이번 ‘바다 이야기’ 게이트는 부도덕한 정권의 실상과 국가 관리 능력의 한심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런데도 정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다 뒷북치기에 급급하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꼽아봐라,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단다. 진짜 잘못한 게 뭔지 몰라서인지, 그럼 잘한 건 뭐가 있는지 묻고 싶다. 벌써 3년 반 전의 일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출마에서부터 당선에 이르기까지 노 대통령은 고비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승부수를 던졌고 결국은 성공했다. 모두가 위험하다고 말릴 때마다 노 대통령은 모든 것을 던졌고 위험을 감수한 몰아치기 배팅으로 대선이라는 큰 판에서 이겼다. 국민 상대 배팅은 이제 그만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승부수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몇 차례 계속됐고 운 좋게 위기를 넘겼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타고난 승부사, 혹은 노름꾼’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노 대통령의 승리는 다름 아닌 ‘블러핑’ 덕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블러핑’은 카드 게임에서 자신의 패가 상대방보다 좋지 않을 때 상대를 기권하게 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강한 배팅이나 레이스를 하는 것을 말한다. 속칭 ‘공갈’, 또는 ‘뺑끼’라고도 한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3년 반 전 그의 블러핑에 속았다는 사실에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 이제 그가 감추고 있던 패는 다 들통이 났다. 앞으로 어떤 배팅을 하더라도 그의 패를 인정해줄 국민들은 없다. 블러핑도 한두번은 먹힐지 모르지만 자꾸 하다 보면 역으로 크게 당할 수 있다. 1년 반 뒤에 다가오는 대선이라는 큰 판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한 위험한 블러핑은 이제 접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